시(Poem)

긴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

긴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

 

 

긴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사랑하면서

비록 아프게 다가오는 파도라 치더라도

내가 서야 할 영토領土를 버리지 아니하리라

 

나를 던져야 할 때를 찾아

홀로이고 픈 욕망을 떨쳐 보냄은

그 분의 은총으로 채워짐을 연습하는

저 높이 날으는 하늘이겠지

 

쉬이임 없이 대면하는

실패연습에서

비로소 다시 태어나는 생명生命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속단하기엔

흘려야 할 댓가가 남아 있어야 한다

한 톨의 씨앗일랑 건져낼 수 없다 치자

그래 그게 무슨 소용인가?

 

어떤 육아시설의 원장 선생님이란 분은

자신이 죽거들랑

시체를 팔아 고아들을 사랑해 달라

신문광고를 유언遺言으로 남기셨다는데

 

! 나의 방황은 끝나지 않는구나

아니야,

그거는 방황이라 이름하는 고독은 아닐게야

으음 … …

죽음으로 끝이 아닌 부활일거야

 

그 분이 보여 주시는 희망이라면 나의 던져짐이 다하는 순간까지

사랑이라 이름하는

긴 방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희망이 있을 게야

 

나를 던져야 할 그 곳을 찾아

비로소

긴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

긴 사랑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

 

 

1989. 6.26.

 

 

  • 내가 시(詩)를 쓰고 있다면, 그리고 어느 때엔가 시를 세상 앞에 빼꼼히 내어밀 수 있다면, 조금은 주저스럽고 간질거리겠지만 지금 이 시를 토해내고 싶다. 그래서 출판한다면 시집 제목도 이 시 제목이다. 긴 방황을 끝낼 즈음, 그러면서 이 시를 하나 둘 시상에 올려놓을 때마다 손가락으로 입을 틀어 막고서 꺼억꺼억 울고 또 울었었다. 서러웠고, 외로웠고, 절박했고, 절망 만큼이나 그래서 더 간절했다. 그분의 사랑이... 정말이다.
    당시 경기도에 있는 한 육아원으로부터 혹 괜찮다면 같이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겸손으로 포장하고서 거절했었다. 나는 부모세대와 달리 몸으로 평생을 모친처럼 그리 살 자신이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다. '하나님, 다 좋지만 그것만은 내게 요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을 여러 차례 주께 아뢰어 올려드렸고, 이미 목회자로 부르셨으니 그 길을 가겠노라고 하면서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해 여름에 비로소 비틀거리며 깨어나고 있었던 것 같다. 하나님 쪽으로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신학생으로 오랫동안 앓아왔던 미열이 이때쯤에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새해에는 자꾸 미뤄놓았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씩 자리하던 시기이기 했다. 비로소 긴 방황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것이다. 자신 없기는 매 한가지였으나 내 안에 계신 그분이 나를 깨워내고 계셔서다. 당시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생각해 보면, 내 80년대는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시대적으로도 모두가 다 힘들고 지친 시절이지 않았나. 이렇듯 나는 어둡고 무거웠으나 주님은 그런 나를 꼬옥 품고 지켜보셨다. 그리고 조금씩 껍질을 깨고 나아오도록 기다려 주셨다. 그러기에 이 노래는 주님께 드리는 나의 고백이자 기도다. 간절한 소망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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