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삶이 그립다

어디론가 후울쩍 떠나고 싶다

흙먼지가 길게 늘어서는 신작로新作路 길을 걷고 싶다

저 끝이 가느다랗게 뵈는 언덕길을 지나

산비탈의 밭에 서

축 늘어져 고개 숙인 가을의 냄새를 느끼고 싶다

부딪히며 아옹거리는 것보다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홀로이 자신의 침묵을 사랑하는

한 그루 나무이고 프다

 

또 다시 찾아온 가을!

다시금 감성感性의 외출을 다독이기 위해

가을 앞에 앉아 있어야 할까 보다

가끔씩 조용해지고 싶고

모든 걸 뒤로 하고 여행이나 떠나고 싶은

마음을 속일 수가 없다

 

친해지고 싶다

좋아하고 싶다

밝고 화사한 여유의 모습 속에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줍는다

 

가을을 타는 날 본다

그것도 깊게

 

 

1988.10. 8.

 

  

  • 사랑이라... ㅎ 사실인즉슨 아마도 중의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 멈춰있지 않은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그것인지라, 그러니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게 분명치 않다. 다행일까. 그럴지도... 그 세월을 지켜줄 수 없는 사랑이었다면 그건 단순한 열병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듯 당시 내 안에 울렁이던 그게 누군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럼에도 내 20대 페이지의 한 올 한 올에 그게 물들여져 있었다는 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이것 또한 다 한 때의 시리고 아픈 내 20대 삶의 흐느적거리는 흔적들이니까.
    돌아보면 내 20대의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 하나 넘어서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중이었지 싶다. 그랬으니 기질상, 사랑이라는 대소사 또한 엉거주츰 했을 게 분명하다. 어쩌면 그게 오히려 결과론적으로 놓고 볼 때에도 나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사랑의 불시착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필연 나를 넘어서지 않은 금기 안에서의 몸부림이자 아픔이었을 것이니까. 물론 다분히 변명이고 넋두리이지만 그래도 내 육체와 영혼에 흔적이나 스크래치는 나지 않았으니까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 시절, 사랑도 묵상처럼 하던 때였다는 얘긴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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