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내 마음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무너지는 게 싫어

겨우네 꽁꽁 얼려 놓아야 했던 것들이

일시에 녹아 버릴까 봐 겁이 납니다

언제까지나 감추어 있기를 바라는

나약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변화 앞에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리라 믿어집니다

얼어붙은 대지大地 위에 봄이 오듯

내 마음의 창에 스며듬을 바라는

문을 열어 봅니다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 하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설령 그러지 못할지라도

모든 걸 감수할 수 있기까지

그 하나를 사랑해야 되지 않을까

 

내 마음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1985. 3.27.

 

 

  • 아직도 마음의 창은 차가운 겨울이었다. 복학할 형편도 아니고... 하지만 먼 길 떠나는 때에 가방을 챙기듯 내 마음을 토닥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여전히 고민과 고통의 몸부림이라는 여전이 남아 있음에도... 이즈음 난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겠다는, 아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내가 내게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때였다. 그 무엇보다 지난 1980년 여름, 나를 부르신 하나님의 소명은 강렬했고, 이걸 뒤집고 다른 카드를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으니까.
    지금 같다면 이런 시간에 해외 선교지에서 인턴십도 하고, 형편되는 대로 무작정 여행이라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심하고 신중한 스몰 a 형이다. 때문에 아마 이 때에도 그냥 집에 틀어박혀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글을 끄적이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2학기 복학으로 맞춰놓고 서서히 마음의 신발끈을 묶으며 다시 부르심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시작된 듯 싶다. 내가 나를 포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희미하게마다 붙잡고 있었으니까.
    하나님 아버지 곁을 뱅뱅 돌며 눈치만 살피는 중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시며 인도하시며 이끌어 가시는 분이라는 것만큼은 부정하거나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이 얼마나 다행이고 안심인가. 이즈음 난 이렇게라고 일어서려고 나름 발버둥치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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