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생각(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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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쑥부쟁이 보거라.
오늘도 자전거를 친구 삼아 봄 쪽으로 조금 나아가 보았다.
세상은 온통 무언가에 묶여 있는데 봄은 살포시 숨을 헐떡이면서 자기 자리를 더듬거리는 중 아닌가.
기나긴 겨울 안에 봄이 들어있다.
신기하고 놀랍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하다.
숨이 멈춰 버렸다 싶던 겨우살이 가지가 봄을 띄우고, 다시 콩닥콩닥거리는 봄은 초록스러운 빛으로 생명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겨울은 그렇게 봄을 보듬고 온 몸 째 새 숨을 뿜어낸다.
끝났으리란 그 가지 끝으로 생명은 그렇게 인사를 한다.
부산(釜山)이어도 북쪽 화명생태공원 자락은 춥디추운 영하의 날들이었다.
겨우내 낙동강 하구의 바람은 차갑게 겨울을 만들며 스치듯 지나며, 그렇게 움츠리게만 하는가 싶더니만 그 바람 속에 봄을 품었다.
그리 오가는 친구 사이에서 생명의 끝은 멈춘 듯 하였으나 죽은 듯 봄을 맞으며 숨 쉬고 있었다.
자신을 던져 죽음으로써 깊이 보듬은 제 속살을 실망시키지 않고서 살린다.
또 그렇게 자신을 믿어준 몸뚱아리에게 그는 생명으로 새 삶을 이어준다.
가을은 겨울을 믿었고, 겨울은 봄을 호흡하게 하는 것이라며...
내 겨울에게 나는 생명이었을까.
다 끝났으리라 싶은 페이지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가 말이다.
저 이름 없는 미물(微物)도 죽음 안에다 생명을 품는다.
자신 역시 누군가의 생명에 기대어 살아왔음을 아는 겸손을 배웠을까.
긴 겨울이 깨어나듯,
그래서 더는 푸를 것 같지 않던 가지를 또 하나의 생명으로 잉태해 내듯 내 절망과 소망의 끝에도 이처럼 생명을 잇게 하는 숨소리가 시작되기를 바라며 봄 쪽으로 걸었다.
살고 싶어 그런다.
이미 죽은 나무스러운 내게도 다시 그 생명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래서 그런다.
불현듯 말씀이 죽고 그 말씀이 살아난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요한복음 12장 24-25절)
그러고 보니 저 쑥부쟁이는 죽어서 자기를 잃어버림으로써 겨울과 함께 그렇게 사라지나 싶었다.
헌데 죽는 게 사는 것을 온 몸 초록 새 옷으로 갈아입고서 다시 태어나 서 있다.
난 살아야, 그래야 산다고 생각했다.
해서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죽는 것과 비껴서는 쪽으로 어떻게든 걸었다.
그러던 중 오늘, 저 무명의 쑥부쟁이가 복음(福音)을 생각하게 한다.
겨울에 죽으니 봄이 살리더라면서...
진리는 늘 가장 가까이에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어김없이 이참에도 난 ‘봄앓이’ 중이다.
그래서인가, 코로나스러울 틈이 별로다.
잘 죽는 게 진짜 잘 사는 것이라 하시니 쑥부쟁이만큼이라도 그리 죽고 이리 살아보자.
나도 한 알인 것을, ‘땅에 떨어져 …죽으면’으로 이어지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으니까.
그래, 봄이다 봄...
최종 - 2020.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