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어머니(1)

어머니(1)

 

 

은 한 가운데서

되돌아설 수도 없는 일

두렵다

내게는 방법이 없다

휘청거리는 하루의 삶이 괴롭기만 하다

기약할 수 없는 내일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이렇게도 무능해야만 하는가?

 

은 침묵의 소리만을

소망의 여운은 멀어 보이기만 하다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부조리의 신앙信仰

 

생은 절망과 희망을 걸어 다니는 나그네

의 장막은 벗어 던져야만 한다

어느 때엔가는

 

가엽스신 어머니를 뵙기가 민망하다

그다지도 복이 없으신 분

당신의 침묵은 이처럼 배고파야 합니까?

우리에게는 길이 없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소서!

   

 

조선대학교 부속병원 619

1984.11.28.

 

 

  • 모친이 쓰러지셨다. 한쪽이 마비되셨는데 아마도 당뇨 합병증이다. 이러시면 안 되는데...
    동생이 태어나 돌이 되기 전 홀로되신 어머니는 6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장남인 나는 주의 종이 되겠다고 총신大에 갔으나 휴학 중이고, 차남이자 동생은 광주교육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원하지 않은 학교라며 뱅뱅 돌고 있었고, 교회는 분쟁 중이고... 아마 이런저런 심적 부담과 막막함이 크지 않으셨을까 싶다. 평생 모친은 이 모든 무거운 짐을 지고 하나님 아버지 앞으로 나아가 기도의 무릎을 꿇었다. 새벽마다 예배당에 나아가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를 구하셨다. 그래서 난 지금도 모친의 기도의 눈물이 흐르는 곳으로 우리네 자녀들의 인생과 가정이 흘러가고 있다고 믿는다.
    가났했기에 오래 병원에 계실 수 없었다. 그래 더 마음이 아팠는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게 내게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당시에는 할 수 있는데 할 일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며 할 일도 없는 게 우리네 인생행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이 생각을 하면 가슴 한구석이 시려온다. 모친은 평소 물을 정말 많이 드셨다. 보통 이상이다. 날마다 큰 양은주전자로 몇 개 씩 드셨다. 그런데 한쪽이 마비되어 기동이 어려웠고, 해서 누군가에 옆에 있는 물을 입에 가져다 주어야만 드실 수 있는 형편이셨다. 당시 의사는 물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고, 우리는 어머니를 위한답시고 물을 최대한 조금씩 드렸다. 모친은 혀를 내 보이면서 바싹 마른 걸 보라며 물을 그렇게도 원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덜 드리는 게 치료라 생각하고 드리지 않았다. 후에 두고두고 생각한 건 후회 뿐이지만 물 주전자를 향해 온통 시선이 가 계신 모친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먹먹하게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휴학을 하고 있는 시절이었기에 그나마 모친의 병상을 지킬 수 있었지 않았을까. 물론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무능하고 무지한 아들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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