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홀로서기 중이다.

홀로서기 중이다.

 

 

모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간

지금

혼자다

다시금 도지는 외로움이라 하는 침묵으로 하여

사랑을 먹고 자라남을 인정할 수 밖에

그 많은 사람의 전철電鐵 속에서도 외로웠다

 

한 줄기 빛이 침묵을 타고 흐른다

내가 일구어가는

아무리 심어도 거둘 것 없어 뵈는 영토!

내 십자가

 

휘청거리는 사랑고픔을 지나

골고다 언덕에 이르는

이다지도 어려운 생활연습

십자가만큼이나 기다려야 할 나눔연습

다시금 침묵 속에 잠드는 아득한 신앙연습

 

오늘도 사랑을 찾아 나그네 인생을 준비한다

좋다

그게 내 구도求道의 길이라면

 

 

1989.11. 7.

 

 

  • 이 가을에 나는 드디어 뒤뚱거리는 흔들림이지만 그 흔들림을 벗삼아 영적 독립선언을 하게 된다. 시(詩)라는 언어 사이사이에 그분의 숨결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는 그분을 밑천 삼아 나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 즈음 나는 노회에서 목회자후보생고시(안준노회)를 치르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1980년 소명의 시간표로 되돌아간 모습으로... 가슴이 뛰었고, 나를 기다려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느껴졌고, 이젠 다시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기대가 나를 다시 깨웠다.
    가족들은 무관심이 아니었지만 다들 자신과 가정을 돌보며 살기에 바쁜 시절이었기에 나의 흔들림과 방황과 고독과 절망을 많이들 눈치채지 못해 주었다. 이 또한 감사하다. 괜한 관심과 끼어듬이라는 훈수까지 더해졌다면 아마 이 어둠의 시간들은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홀로서야 할 인생이 아닌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게 인생이어서다.
    하지만 여전히 불완전하고 덜 홀로서기다. 다시 혼자있으면 고독하고 흔들려서다. 이렇듯 흔들리면서 자라가는 게 인생나무이지만 내 젊은 날 20대 후반은 이걸 지탱하며 품고 가기에는 아직 더 너무지고 깨어지고, 그래서 깎여야 할 게 많았다. 어쩌면 그러기에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결핍에 대한 굼주림이 다를 그나마 지탱하게 하는 그 무엇이어서다. 하나님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하나님이 아니면 그래서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조차 없다는 것을 홀로서기라는 무대 앞에 배설해 놓으신 것이다. 비로소 이제야 내일 앞에 나를 세우기 시작한 셈이다. 그렇게 1989년은 내 안에서 새로운 또 하나의 시작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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