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2)
사랑이 고픈 사람을 아십니까
사랑 잃은 가난한 이웃이 있습니다
세상에 외치고 싶습니다
사랑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언어는 바닥이 난 듯 합니다
삶은 언어 속에 있지 않았습니다
쓰고 싶은 말들, 써야한다고 믿었던 말들도 많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이것이 얼마나 아픔인가를 느껴갑니다
언어를 버리고 삶을 옮겨 심고 싶습니다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말을 심어 사랑을 거둘거라는 환상을 버립니다
사랑을 심어 사랑을 거두는 신앙이고 싶습니다
눈동자는 가난한 마음들의 희망입니다
사랑이란 이름에서 열매로 거듭남을 믿습니다
오늘도 사랑이라 이름하는 가난한 뜰을 일구고 싶습니다
1989.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