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본향本鄕 가는 길목

본향本鄕 가는 길목

 

 

내 사랑의 작은 공간을 찾아

흩어지는 아지랑이처럼

그건 방향 없는 긴 몸부림이다

 

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늘 떠돈다

 

저 이름 없는 황톳길을 따라

고향故鄕으로, 본향으로

그리하여 이제는 정착定着하고 싶다

한 알의 소망을

가난하게 뿌리고 싶다

 

!

나의 종말이 온 걸까

아지랑이처럼 한 모퉁이의 소식을 건네주는 것으로

나의 사랑은 바닥이 난 걸까

 

다시금 일어 설 수 없을 것 같은

긴 한숨을 깊어오는 숨으로 대신하노라

 

그렇다

내가 꽃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소망인 나를 뿌려줄 사랑과 뜰을 찾아야 한다

사랑의 작은 뜰을 찾아

고향으로, 본향本鄕으로 가파오는 숨을 몰아 쉰다

 

 

1989. 3.25.

 

 

 

  • 1989년은 총신대학교 학부를 졸업하고(1988.2), 총신대 부설 기독교교육연구소에서 간사로 일하던 때다. 돌아보면 이 시기의 시간표가 가장 많이 흔들리는 중이었지 싶다. 내 안에 감추어진 언어, 마지막을 암시하는 그 언어 뒤에는 내 아픈 몸이 자리하고, 언제 멈출지 모르는 자각하는 몸에 대한 절박함이 숨쉬고 있는 순간들이다. 아마도 몸과 함께 내 약한 기관지 천식에 대한 아픔이 불청객처럼 나를 공격하고 있는 때였을 것이다. 여기에 가장 아픈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것은 현재의 가벼움을 예써 포장하고 싶은 오늘의 가난하디 가난함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해는 어둡고 칙칙함만큼이나 바닦을 치는 때이기도 했다(이는 지내놓고 보니 그리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는 게 더 맞아 보인다). 그나마 지금은 먼저 천국에 간 둘째누나가 있었기에 이렇게나마 일하면서 연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제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때에 사랑하는 누나는 내 곁에 없다. 밥도 살만 하고, 여행도 같이 할만 하건만... 하지만 그 시절엔 왜 고맙다는 말까지도 인색했을까.
    그 시절 내게 가장 영향을 주는 분은 동그라미선교회 대표로 계신 막내매형이시다. 이 단체는 육아시설 아동들을 섬기는 자원봉사 단체다. 학부 시절, 방학 때마다 고향에 내려갔고, 그러면 어김없이 동그라미선교회와 연결되곤 했다. 자연스럽게 전도사로 참여 하도록 길을 터 주셨고, 그래서 맡은 역할은 설교와 성경공부, 그리고 목회적 돌봄 영역이 주요 일들이었다. 그리고 교회와 지인들을 후원회원으로 연결해서 재정적 섬김도 해야 할 보이지 않지만 자원함과 즐거움으로 기꺼이 해 내던 일들도 있었다(돌아보니 참 많은 분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 같아 이곳을 통해 특별히 감사를 전한다).
    내게 이 일은 모친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기도 하고, 그것은 우리 자녀 대(代)에서 주께 응답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주제는 앞으로 10년 가까이 중요한 메시지를 나누게 될 주제다. 모친은 이렇게 내 삶의 전부에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었는데 난 이게 짐스럽거나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감사하다. 지금도 난 사랑하는 모친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싶다. 이 보고서를 들고 주님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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