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다.
삶이 그립다
어디론가 후울쩍 떠나고 싶다
흙먼지가 길게 늘어서는 신작로新作路 길을 걷고 싶다
저 끝이 가느다랗게 뵈는 언덕길을 지나
산비탈의 밭에 서
축 늘어져 고개 숙인 가을의 냄새를 느끼고 싶다
부딪히며 아옹거리는 것보다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홀로이 자신의 침묵을 사랑하는
한 그루 나무이고 프다
또 다시 찾아온 가을!
다시금 감성感性의 외출을 다독이기 위해
가을 앞에 앉아 있어야 할까 보다
가끔씩 조용해지고 싶고
모든 걸 뒤로 하고 여행이나 떠나고 싶은
마음을 속일 수가 없다
친해지고 싶다
좋아하고 싶다
밝고 화사한 여유의 모습 속에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줍는다
가을을 타는 날 본다
그것도 깊게
1988.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