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진리가 나를 괴롭힐 때

진리가 나를 괴롭힐 때

   

 

진리眞理가 나를 괴롭힐 때

가르쳐 주십시오

무너짐을

진리로 감수하신

당신의 모습으로 오게 하십시오

 

넘어져 도착한 곳이

출발 지점이 될 것을 아신

당신의 진리로 오게 하십시오

 

말씀이 나를 괴롭힐 때

진리를 위해

괴롬으로

차라리 오게 하십시오

 

차오르는 진리를 괴로움으로 기뻐하게 하십시오

무너지는 말씀을 기쁨으로 괴로워하게 하십시오

당신이

 

진리이신 당신이여!

넘어진 시작 앞으로

오십시오

 

시작인 넘어짐 앞에 서 있나이다

  

 

1985. 3.31.

 

 

  • 그해 봄은 늘 비가 내렸다. 내 마음의 창은 시리고 아픈 상처난 온 몸과 마음 그대로 그걸 다 받아내어야만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어머니의 부재는 홀로서기에 대한 부담 앞에 이처럼 나를 세웠다. 이 또한 그럴 수 밖에... 이런 내게 소명과 신앙은 걸림돌이자 디딤돌이었다. 참 묘하지? 어쩌면 질 수 밖에 없고, 저야만 하는 그 자존심을 이렇게라도 내려놓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라는 생각의 끝에 서 있으려니 달리 피할 곳이 없기도 했다. 실은 하나님께 그렇게라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 절망과 흔들림 끝에서 나를 맞아주시고 안아주실 그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조금씩 그분 쪽으로 돌아서게 했다.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그런 나를 믿어주셨고, 기다려 주셨다. 어디 그때만 그러셨을까. 아니다. 그 이전에도, 그때에도, 지금도 그러신다. 난 그런 하나님이 좋다.
    다 서툰 몸부림이었고, 가벼운 생각놀림이었다. 문득문득 난 혼자였다. 다들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고 있는 때에 나만 홀로 그 길에서 벗아나 멈춰있는 그 느낌... 그 절망... 그 아픔과 괴로움... 컸다. 그럼에도 난 하나님 안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 시절 나는 어느 정도는 더 깊게 율법적이었다. 얼마만큼의 경계를 넘어서면 그것으로 죽음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그 선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이 또한 지내놓고 보니 참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난 그분의 품 안에서 넘어지고 자빠지면서도 내가 하나님 아버지 안에 있음을, 아니 있어야만 함을 그렇게 토해내고 있었다. 이렇게 난 바닦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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