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2(양무리교회)
고넬료행전(1)
Acts. 10.1-8
본문 관찰
고넬료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 군대의 백부장이라
주여 무슨 일이니이까
네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 앞에 상달하여 기억하신 바가 되었으니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청하라
고넬료가 … 경건한 사람 하나를 불러 … 욥바로 보내니라
고넬료(Cornelius), 그는 누구인가?
“그가 경건하여 온 집안과 더불어 하나님을 경외하며
백성을 많이 구제하고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더니”(2)
고넬료는 가이사랴에 주둔한 이달리아 부대, 즉 로마 군대의 백부장이다.
가아사랴(Caesarea)는 로마 식민지이고, <아구스도 가아사르> 황제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요새 도시로서 유대 지방의 행정상 수도이다. 특별히 헤롯 대제가 건설한 화려한 항구를 자랑한다. 또한 이달리아‘대’(隊, speira)란 당시 로마 군대는 약 6,000명을 군단(사단)으로 해서 예하 10개 부대가 각 600명씩 대대를 이루었고, 백부장은 바로 그 밑에 100명대의 군사를 통솔하는 장교로서 오늘날의 ‘중대장’, 또는 ‘대위’와 거의 맞먹는 계급이다. 고넬료는 바로 이런 배경을 가진 로마 시민권을 가진 이방인이다. 그는 공무를 맡아 가이사랴에 파견되어 온 로마 현역 장교다.
그런데 이 백부장이 사도행전에 어떤 예고나 암시도 없이 등장한다. 무엇인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는 경건하여 온 집으로 더불어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으로 소개가 시작될 뿐이다. 이것은 백성들을 많이 구제(약1.27)한 것과,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이 부분이 하나님의 특별하신 찾아오심(간섭하심)을 맛보는 통로가 된다. 그는 기도하고 있는 중에 환상 가운데 어떤 특별한 음성을 듣게 된다(3,6,30-32). 그가 본 환상은 비몽사몽(非夢似夢)적인 꿈이 아니라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사실이다. 하나님의 사자(3), 천사(4,7), 빛난 옷을 입은 한 사람(30), 그리고 이어지는 구체적인 이 환상을 묘사하는 내용을 볼 때 그렇다.
왜 고넬료인가.
그런데 사도행전이 10장에서 왜 갑자기 고넬료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어서다. 흥미로운 것은 그는 지금 피정복국가의 신(神)을 신앙하고 있다. 그는 군인으로서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서도 누구보다 용감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초점은 고넬료가 ‘이방인’이다는 점이다. 자, 그러면 로마제국의 장교이자 이방인인 고넬료가, 사도행전과 초대교회를 대표하는 사도 베드로와의 만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른 말로 하면 이렇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이라는 사건은 왜 일어난 것일까?’
‘사도행전 10장이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고넬료와 베드로의 만남, 무엇 때문인가?]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행10.34-35)
∎“베드로가 이 말을 할 때에 성령이 말씀 듣는 모든 사람에게 내려오시니,
베드로와 함께 온 할례 받은 신자들이
이방인들에게도 성령 부어 주심으로 말미암아 놀리니”(행10.44-45)
이제 왜 고넬료와 베드로가 만나는가가 밝혀졌다. 동시에 이것은 왜 고넬료가 사도행전에 등장하는가의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사람들의 만남이 아니라 무엇보다 주님이 이 만남을 주도하고 계시다는 점에서 무엇인가 의도와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이 전파되는 일에 이 만남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은 그 약속대로(1.8), 예루살렘과 유대를 넘어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는 일로 이어진다. 이들의 만남은 이 때문이다(이 부분은 10장을 통해 더 생각해 볼 것이다). 때문에 44-45절 말씀이 중요하다.
고넬료의 신앙
하나님은 이 고넬료를 ‘알고’ 계셨다. 기도의 시간을 갖고 있기까지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가를 다 ‘보고’ 계셨다(4). 그는 균형 잡힌 하나님의 사람이다. 먼저 내적 강건(경건)인 하나님 사랑이다. 기도의 사람으로서도 그렇다(2-3). 특별히 그의 기도는 정기(규칙)적이었다. 그는 ‘항상’ 기도하는 사람이다(2).
또한 외적 강건(경건)인 이웃 사랑이다. 그는 영육(靈肉)이 아울러 강건한 사람이다(마6.33, 요삼1.3). 하나님은 그런 고넬료를 주목하고 계시고, 고넬료 역시 하나님께 집중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증인의 삶인가! 하나님은 이 고넬료를 찾아오셨다(2).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한 사람’을 찾아오신 것이다. 그 사람이 고넬료다. 하나님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삶을 보고, 알고, 이를 받으신다. 하나님은 그 사람의 이 땅에서의 삶을 기억하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이 임하는 통로다. 하나님은 지금도 이처럼 우리를 보고 계신다. 유대는 물론, 이방과 열방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나라와 족속이 다 알도록 하는 일을 위해 이 고넬료를 찾아오신 것이다.
고넬료의 환상
사도행전 10장에는 두 가지 환상(3- , 9- )이 하나의 쌍(짝)을 이룬다. 그 안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작동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보여주신 분의 어떤 ‘의도’(목적, 뜻, 계획)가 있을 것이다. 베드로는 지금 룻다에서 욥바로 와 있다(9.32-38-43). 하나님은 지금 베드로를 욥바에 불러다 놓으시고서, 그리고 고넬료에게는 환상 가운데 찾아가셨다. 그런데 이것은 하나의 ‘동시진행’이다. 하지만 ‘아직’은 양쪽 모두 다 이러한 하나님의 계획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럼에도 여전히 일하신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이처럼 일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10장이 증거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성령이 이방인에게도 임하신다.”(45, 11.1- ,15-18).
이 메시지를 밝히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전히 복음이 유대인(할례자, 11.2-3)에게만 전파되며, 그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유대주의(전통, 율법주의적 생각)는 아직도 극복되지 않고 있었다. 시도행전임에도 말이다. 이에 하나님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전파되어야 할 복음을 위해 유대주의라는 폐쇄성을 극복하게 하시려고 두 사람에게 같은 배역을 맡기신 것이다. 이렇듯 성령행전 시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전히 이스라엘(예루살렘)은 영적 교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도행전 1장 8절이라는 사명을 맡았음에도 말이다(10.45, 11.18).
부스러기 묵상
몇 가지 질문들을 묵상한다.
고넬료처럼 사는가?
고넬료처럼 믿는가?
고넬료처럼 사명을 받는가?
고넬료처럼 하나님을 만나는가?
고넬료처럼 즉시 행하는가?
인생은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둔다(갈6.7).
우리는 하늘 아래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하나님은 저 하늘에서 이 모든 것을 다 보고 계신다. 따라서 내가 무엇으로, 어떻게 사느냐가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는 것과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편 그렇다고 해서, 고넬료는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심은 것이 아니다. 그저 경건한 사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그를 하나님은 보고 계셨고, 때가 차매 뜻하신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고넬료를 부르신 것이다. 그의 기도와 구제 역시 뭔가를 하나님께 얻어내고, 하늘을 향해 사사로운 비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신앙의 순수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께 노출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을까. 하나님이 아실 수 없도록 뭘 숨기고, 위장하고, 첨가할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다 아시는 하나님께, 나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고, 하나님이 그런 나를 만나실 때 무슨 말씀부터 하실까. 과연 나를 경건한 사람이라 불러 주실까. 또한 고넬료에게 보셨던 기도와 구제와 같은 것들을 주께서 다 알고 기억하실 만큼 그 분량이 차 있을까. 나는 하나님께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평가되고 있을까. 하나님이 나를 찾아오시는 복된 만남을 위해 혹시 나의 죄와 허물이 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고넬료를 통해서 나를 점검하게 되는 말씀을 받는 주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