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권력, 역시 헛되다(전 4.7-16).

  20221205(Eccl. 4.7-16)

  

 

 

탐욕과 권력, 역시 헛되다.

  

 

    본문 관찰

 

    아무도 없이 홀로(7-8)

    두 사람이 함께(9-12)

    권력 무상(13-16)

 

 

인생무상(人生無常)

 

허무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두 유형의 사람이 소개된다.

한 사람이 홀로, 두 사람이 함께가 그렇다. 이렇듯 해 아래 세상은 항상 이 둘이 공존한다. 역시 계속해서 전도서는 혼돈스럽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고, 핑계할 것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인생행로(人生行路)가 아닌가. 두 유형의 사람들을 통해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보는 것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처럼 전도서를 통해 나를 보는 작업은 오늘도 계속된다.

 

 

아무도 없이 홀로(7-8)

두 사람이 함께(9-12)

 

헛된 수고가 끝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역시 헛된 인생의 한 모델(model) 가운데 하나가 더 추가되고 있다. 그는 많은 부()를 쌓았어도 만족이 없다. 아들이나 형제도 없이 혼자서 즐거움도 마다하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헛되고 불행할 뿐이다(8). 결국 이렇게 살아도 만족이 없는 것, 그것이 인생의 불행이다. 이것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지 못하고 나 홀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결론이다.

그런데 2.24-3.15절처럼 다시 여기에 뭔가 빛이 번쩍한다. 사람의 헛된 수고(1.2-2.23, 3.15-4.8)와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선물(2.24-3.15, 4.9-12)이 교차하는 구조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솔로몬의 지혜의 탁월함을 엿보게 한다. 전도자는 사람 사이의 경쟁심, 나는 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여 성공하고자 하는 동기가 자기 이웃에 대한 시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4)는 말씀처럼 인간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법칙의 지배하에서 헛된 수고를 하지만, 그러나 이에 따른 성취는 무익하다(4-8)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럼 해법은 없는가. 여기서 전도자는 홀로 함께의 그림 앞에 헛된 수고를 하는 인생을 세운다. 수고(9, 협력), 붙들어 일으킴(10, 도와줌), 함께(11), 당함(12, 막아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이것이 홀로’(7-8)라는 헛되어 무익한 노고로부터 함께’(9-12)라는 복된 삶으로 나아오는 길이다.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서 오직 자신만의 성을 쌓고, 자기 목표와 꿈을 따라 살아가며, 혹 그것을 이루었다고 해도 결국은 심령에 낙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헛된 것일 뿐이다. 천하를 다 얻어도 인생은 그것만으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권력 무상(13-16)

 

다시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지혜로운 소년(13a), 그는 늙고 둔하여 다른 사람의 조언을 거절하는 왕의 뒤를 계승한다(15). 가난한 소년에서 왕이 되다니, 참으로 대단한 불세출(不世出)의 성공 드라마다. 어리석은 사람의 특징이 왕에게서 그대로 나타나자마자 이번에는 가난하고 지혜로운 소년이 왕이 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왕이 된 그가 역시 후에 오는 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자가 되고 만다. 출세와 성공 역시 헛되다는 점이 이와같이 극적으로 그려진다.

가난을 이기고 출세를 하였고, 늙고 둔한 왕의 뒤를 이어 젊고 유능한 왕이 되었으니, 이거야말로 성공과 명예와 부와 권력을 다 함께 쥔 입지전적(立志傳的) 인물이 아닌가. 그래도 이게 얼마 가지 못하고 그만 후에 오는 자는 저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니”(16b)의 처지로 추락한다. 결국 이 땅에서 수고하는 모든 것은 영구하지 않고, 아침 이슬에 맺힌 물방울처럼, 풀의 꽃처럼, 비 온 후의 무지개처럼 금방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물러난다.

 

 

부스러기 묵상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가 생각난다(12.16-21).

한 부자가 쌓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소출이 풍성하매 곡간을 짖고 그것을 쌓아 두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영혼아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19) 러나 하나님은 그를 어리석은 자’(20a)라 하신다. 그 이유는 오늘 밤 그의 영혼을 주인되신 하나님께서 찾으시면 그 많은 것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富饒)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21)

 

홀로의 탐욕과 권력에의 욕망을 따라 사는 사람이 이 부자와 바를 바 없다. 이처럼 하나님이 그 기뻐하시는 자”(2.26)에게 주시는 것이 아닌 인생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은 다 이와같다. 하나님과 상관없이 행해지는 모든 것이 다 그렇다. 공동체와 단절된 삶의 추구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진 부()를 얻은 수고(7-8), 그리고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지고 뭔가 성취한 것과 같은 것들(13-16), 이것이 헛되다지만, 문제는 이걸 다 얻어 놓고서, 그렇게 몰두하고 혼신의 힘을 다 해 나름대로의 정상에 올라섰지만, 그러나 최종적인 인생의 결론이 헛되다!’이니 이거 참 불행치고는 너무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닌가.

이게 다 사람의 본분’(12:13)을 떠난 것이요, 헛된 것을 심은 그대로를 초라하게 거둘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헛된 수고의 정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서 마치 불을 향해 돌진하는 나방처럼 인생의 가속기(accelerator)를 그냥 무서운 속도로 밟아댄다. 오직 자기가 목표하고, 목적한 것만을 향해 홀로’(7-8), 그리고 더 높은 욕망의 언덕을 위해 뛴다. 목표가 어긋났으니 그것을 이루는 수단도 바르지 못하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과 생각과 심령이 2:26절의 영적 원리로부터 단절되어 있으니 결국 그가 거두는 것이 이처럼 헛되고 부질없는 것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는 인생을 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지나고 보면 다 후회 뿐이요, “이럴 껄, 저럴 껄하는 것 뿐이요, 뭔가 열심히 사는 것 같고, 대단한 것을 이룬 것 같은데 정말 성경이 말하는 표준에서 보면 헛되고 헛된 것에 불과한 고장난 인생일 뿐이다. 인생은 AS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지우개로 쓴 것이면 다시 지우고 쓸 수라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지나 버린 세월을 무엇으로 돌이키며 바꿀 수 있으랴.

그래서 전도서 기자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의 내 인생의 노트에서 2.24-3.15절 같은 것만을 남겨 놓고서 나머지 헛된 수고에 불과한 쓰레기 같은 죄의 것들(1.2-2.23, 3.14- )은 다 씻어 버리자.

이제는 버릴 것과 간직할 것, 홀로가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때다. 삶이라는 게 버둥거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뭘 만들어 보고, 또 움켜쥔다고 해서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만큼 하나님이 위로부터 주시는 부스러기들을 따라 살 수 밖에 없는 나임을 정말 온 몸으로 고백한다. 아직 남은 내 삶의 여백을 헛되고 헛된 것으로 채워 숨막히는 인생이 되지 않도록, 한 번 뿐인 내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다시금 내 마음에 물고서 하늘 한 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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