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리로 기도할 때 일어나는 일들(시 39.1-13)

20201031(묵상)

   

 

 

작은 소리로 기도할 때 일어나는 일들

Ps. 39.1-13

  

   본문 관찰

 

   침묵과 작은 소리 사이에서(1-6)

      내가 범죄하지 아니하리니

      악인이 내 앞에 있을 때에 잠잠하여

         ↔

      작은 소리로 말하기를 여호와여

     나의 종말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인생의 막다른 정거장에서(7-13)

      나를 모든 죄에서 건지시며

      징계하실 때에 그 영화를 소멸하게 하시니

      기도를 들으소서

      용서하사 내가 떠나 없어지게 전에 회복시키시소

  

 

고독한 기도자, 작은 소리를 깨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윗의 노래 분위기가 단조풍이다.

고독한 소명자이자 외로운 구도자의 모습이 노래에 들어있어서다. 사실 때때로 성도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지곤 한다. 세상과 통하는 선을 끊어놓고서 하나님과 연결된 줄을 붙들고 씨름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다윗이 그러는가 싶은데 그러나 그 이유가 좀 다른 듯하다. 그는 왜 이처럼 홀로 골방에 들어가 있는가. 그리고 그 이유로부터 무엇을 붙들고 있고, 이를 위해 그가 하는 일은 또 어떤 것인가. 다윗의 다른 시편들과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그가 부르는 노래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다윗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침묵과 작은 소리 사이에서(1-6)

 

다윗은 악인과 함께 있을 때에 특별히 선악(善惡)간의 어떤 언행도 하지 아니하기로 다짐한다(1-2): “혀로 범죄하지 아니하리니 내가 잠잠하여 문제는 그럼에도 근심이 해결되지 않고 더 심해지고 있음이다. 침묵에는 성공했으나 악인들의 부화뇌동에 점차 흔들리는 것 같다. 그만큼 악인들의 공격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조용히 입 다물고 넘어가기에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부글거림에 다윗이 그 다음으로 꺼내든 카드다: “작은 소리로 말하기를 여호와여 알게 하사”(3-4a) 다윗은 악인에게는 침묵을, 동시에 하나님께는 작은 소리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피난처와 문제 해결의 출구로 삼은 자는 복이 있다. 침묵하기와 작은 소리내기 사이에서 신음하는 이 문제가 과연 얼마 정도 갈 것인가, 이 문제가 언제쯤 끝이 날 것인지를 알려 주시기를 기도한다(4b-5).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노년이 이 소용돌이로부터 자유하게 되고 싶어 한다. 누군들 휘몰아치는 폭풍우 같은 인생을 살고 싶겠는가.

세상 천지 그 어디에 다윗(‘’)의 마음과 고통을 알아 줄 자 있을까. 때때로 인생은 마치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불어오는 모든 바람을 온 몸에 홀로 받아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 감당할 길 없어 남몰래 눈물 흘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 모든 것을 안고 생의 끈을 끊어내기도 한다. 악인처럼 처세하거나 언행하며 살고 싶지 않은데, 그래서 그와 거리를 두고, 일절 언행(반응)하지 않고 침묵하는데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때 다윗은 하나님께 조용히 기도의 무릎을 꿇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간단한 식처럼 느껴지지만 그러나 이것이 어쩌면 유일하고 최상의 해법이다.

   

 

인생의 막다른 정거장에서(7-13)

 

악인이 주는 근심이 비로소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으로 역전된다(1-2 7). 그 사이에 기도가 자리한다. 이것은 다윗에게서 늘 발견하게 되는 가장 흔하고도 익숙한 공식과도 같은 해법이고 해답이다. 그는 악인과 벌이는 영적 전쟁의 실상이 자신의 죄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한다(8a). 이제 죄를 고백하는 것을 통해 죄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그래서 우매한 자들의 경멸에서 건져주실 것을 바라본다(8b).

이렇게 해서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고백 앞에 서게 될 것을 기대한다(11): “주께서 죄악을 책망하사 사람을 징계하실 때에 그 영화를 좀먹음 같이 소멸하게 하시니 참으로 인생이란 모두 헛될 뿐이니이다(셀라).” 아마도 다윗은 지금 이 시편(노래)에 들어있는 악인과의 사투에서 비롯된 징계에 의해 그가 소유한 많은 좋은 것들을 잃게 되었던 것 같다. 소리 없이 자신의 품을 떠나가는 영화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인생무상을 경험한 것이다.

그러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성현들의 고백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다윗은 악인과 벌인 침묵과 작은 소리 사이의 밀고 당기는 씨름을 통해 마침내 다윗고치기에 성공한다. 잃은 것 많아도 그럼에도 하나님을 찾고, 작은 소리로 기도하고, 사죄의 은총을 맛보고, 흔들림 없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아픈 만큼 성숙해 지는 다윗을 만난다.

   

 

부스러기 묵상

 

   “나의 기도의 부르짖음에 ”(12a)

   “내가 눈물 흘릴 때에 ”(12b)

      → 주는 나를 용서하사”(13a)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회복시키소서.”(13b)

 

놀랍다.

다윗은 자신의 육신의 장막이 허물어지기 전에 이 기도에 응답하기를 토해낸다. 그는 하나님께 눈물 흘리며 부르짖으면서 하나님의 용서를 구한다. 하나님만이 소망이요 피할 바위이심을 믿어서다. 자신을 둘러싼 영육간의 모든 범사가 하늘 아버지께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을 깊은 고통과 고독을 통해 기도의 눈물병에 담아낸다. 멋지다.

다윗은 대부분 밝고, 맑고, 신나고, 환하게 웃고 즐기는 분위기의 노래(시편)를 주께 올려드리곤 했다. 그런데 그 역시 오늘처럼 축 처지고, 어둡고, 축축하고, 눈물나고 슬픈 분위기의 시편(노래)을 토해낸다. 이렇듯 어느 인생도 365일 날마다 맑고 밝고 아름답고 흥겨울 수 만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지금 다윗처럼 그러할 때 그가 취하는 삶의 스텐스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순례길은 그가 원하지 않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인생 언덕을 넘어가야 할 때도 분명 있다.

다윗은 침묵과 기도(‘작은 소리’) 사이에서 회개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응답을 조용히 기다린다. 삶이라는 걸음을 한 발자국 내미는 것도 버겁고 힘들 때, 그것도 악인의 깐죽거림이 그럴 때일수록 더 커지고 분명해 질 때, 그래서 믿음으로 세상을 이기며 살아간다는 게 온통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바로 그러한 때가 지금 다윗이 만난 인생의 행로이지 싶다.

이번에도 다윗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는 기도로서 흔들리는 자신을 추스른다. 그리고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께 무릎을 꿇는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온 몸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찾고 구하는 다윗을 통해 답을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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