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합주회(시 20.1-9)

20200522(묵상)

  

 

 

기도합주회

Ps. 20.1-9

  

   본문 관찰

 

   너를 위한 기도(1-5): 제사장

   우리의 기도(7-9): 다윗

 

 

왕비어천가(王飛御天歌)

 

분명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기도합주회다.

하지만 너와 나와 우리라는 등장 인물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조차 처음엔 희미하다. 때문에 저들이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조용히 저들의 언어를 음미해 보면 기도가 모아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솔로인 듯 하나 조화로운 멜로디를 이루며 하나의 주제를 따라 하나님께 드려지는 기도회다. 놀라운 것은 그때가 환난 날이다(1). 병거와 말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이 환난은 전쟁인 듯하다(7). 그렇다면 전쟁을 앞에 두고 백성들과 제사장과 다윗이 다같이 예배자(Worshiper)이자 기도자(Prayer)로 함께 모였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서 한결같이 왕이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전쟁에 앞서 기도한다.

   

 

너를 위한 기도(1-5): 제사장

 

   “여호와께서 네 모든 기도를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5b)

 

다윗이 라 부르는 자는 누구인가. 다윗 자신의 시(표제어)임에도 자기를 너라 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과연 너는 누구이며, 왜 다윗이 이처럼 부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렇듯 ’(1-4,5b)에서 우리’(5a)로 이어지는 기도를 드리는 자는 누구인가. 전쟁(7-8)을 앞에 둔 바로 그 환난 날’(1)에 다윗은 성전에 올라 번제를 드리는, 다시 말하면 전운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의 때에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로 문제 앞에 선다.

바로 그때, 그는 제사장의 기도를 듣고 그 기도를 함께 드리는 자로 하나님의 이름’(1,5,7) 앞에 선다. 이처럼 다윗은 제사장의 기도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당면한 바로 그 전쟁을 앞두고서 제사장의 기도를 자신의 기도처럼 익숙하게 노래하고 있다. 그의 손과 마음에는 칼과 창이 아닌 하나님을 예배(제사)하는 신앙과, 이 전쟁을 승리케 하실 것을 소망하고 기대하는 기도가 들려있다. 이런 사람만이 전쟁을 앞에 두고서도 하나님을 찾고, 구하고, 두드릴 수 있다.

전쟁 출정식 치고는 놀라우리만치, 전쟁 분위기가 아닌 만큼 싱겁다. 생각해 보라. 다윗과 그의 군대가 전쟁을 앞에 두고 성전에 올라 예배와 기도를 제사장과 함께 하나님께 드리고 있는 장면을! 사실 이때는 칼과 창과 마병과 군인들을 점고하고 전쟁에 필요한 전술과 전략들을 의논하고 하달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데 예배를 드리고 있고, 전쟁에 나아갈 군인인 예배자들을 향해 제사장(1-5a)은 물론 다윗(5b)의 기도가 행해지고 있다.

어떻든 제사장의 기도문(1-5)이 다윗의 마음에 쏘옥 들었나 보다. 그랬기에 그 기도를 그대로 자신의 시편(노래)에 담았을 것이다. 이렇듯 다윗은 제사장을 비롯한 영적 지도자들의 멜로디를 겸손한 마음으로 듣고, 이를 자신의 기도에 담아 다시 주께 드리는 일에 적극적이다. , 제사장의 기도가 곧 자신의 기도가 되는 방식을 주저하지 않는다: “여호와께서 네 기도를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5b) 이처럼 제사장의 기도와 다윗의 기도가 하나가 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기도(6-9): 다 윗

 

  “이제 내가 아노니 우리에게 응답하소서.”

 

다윗은 더 적극적으로 ’, 그러니까 기름 부음 받은 자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제사장의 기도에 대한 절묘한 응답이다. 그냥 제사장의 기도에 무임승차한 게 아니라 그 기도대로 일하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자신 역시 결코 무능하지 않음을 강하게 토로한다(6). 이는 환난 날로 비유된 전쟁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말하는 게 제사장의 몫만이 아님을 자연스럽게 밝히는 부분에서 절정에 이른다. 사실 이것은 처음부터 다윗의 것이었다.

때문에 이어지는 우리’(7- )는 어쩌면 제사장의 기도가 7절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닌 다윗 자신을 우리에 포함시킨 듯하다. 다윗 역시 우리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앞에 드린 제사장의 기도의 중심에 자신 또한 서 있음을 강렬하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마침내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합심하여 다른 편에 어떤 사람’(7)을 세워놓고 그의 언어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잡음(雜音)인지를 폭로한다. 병거와 말이 하나님의 이름을 결코 대신할 수 없음에 대한 다윗의 확신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8).

이제 기도의 핵은 더 분명해졌다(9a): “여호와여 왕을 구원하소서(왕이신 여호와여 구원하소서),” 모두가 다 하나같이 같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하나님만이 이 큰 환난으로부터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다윗은 제사장이 자신을 위해 중보기도하는 것을 듣고, 그 기도가 제사장들만의 기도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고백이 담긴 기도임을 정직하게 주께 올려드린다. 이것은 기계적인 반복이 아닌, 그냥 제사장의 기도하고 자신은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닌 제사장과 자신의 기도가 하나가 되어 드리는 기도합주회인 셈이다.

   

 

부스러기 묵상

 

   “환난 날에 여호와께서 네게 응답하시고”(1a)

   “우리가 부를 때에 우리에게 응답하소서.”(9b)

 

환난 날에 기도합주회가 터져 나온다.

바로 그날이 놀랍게도 기도하는 날이다. 이것이 시인이 던지는 절묘한 메시지다. ‘우리’(제사장, 1-5)의 기도에 마침내 ’(다윗, 6)의 하모니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나의 노래가 허공에 떠도는 헛된 메아리일 수 없는 보다 분명한 확신은 이어지는 우리의 기대와 소망에서다. 이처럼 둘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환난 날의 어두운 그림자를 일시에 날려버린다. 이것이 우리안에 둘려 쌓인 의 행복이다.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각각의 모두가 다함께 우리가 되어 환난 날을 정면으로 승부하고 있다. 서로에게 행복을 흐르게 하는 만남이 아름답기만 하다.

전쟁을 앞두고 그 무엇보다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는 다윗, 그를 향해 승리를 기대하는 기도의 향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제사장, 이 둘의 아름다운 하모니, 서로 존중하며 축복하는 섬김의 자세, 이런저런 여백들이 참으로 든든해 보이는 기도합주회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을 향해 이처럼 진심어린 축복을 할 수 있는 종의 마음이 넘쳐나기를 빈다. 중보기도는 사랑이다. 상대방의 필요와 소망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기도에 담아낼 수 없다면 그가 비록 기도를 드린다 할지라도 그 기도는 단지 울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기도가 너의 기도가 되고, 너의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는 기도의 동역을 꿈꾼다. 이것이 우리가 던져주는 기도의 파워다. 나도 기도가 필요한 너에게 우리이기 싶다. 내 삶의 정거장에서도 이 든든한 우리를 만나고 싶다. 동시에 그런 우리의 중보기도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그런 우리 기도후원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이 부분에서 역시 다윗은 참 부러운 사람이다.

다윗과 제사장은 전쟁을 앞두고, 그리고 기도를 통해 서로 동역자로 선다. 참 아름답고 모범적인 교회의 모습이어서 더 그렇다. 서로 같은 마음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같은 성령 안에서 함께 더불어 주님을 섬긴다는 것은 더없이 영광스럽고 놀라운 복이다. 다윗과 같은 왕을 둔 제사장, 다윗이 따라 부르며 기도하고 싶은 기도의 향을 가진 제사장을 둔 왕, 참 아름답지 아니한가. 비유하자면 목사와 장로의 아름다운 동역이 여기에 어울리는 그림이다. 이것이 교회이고 목회이고 사역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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