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1(묵상)

약할 때 강함되시네!

Ps. 61.1-8

    본문 관찰

    내 마음이 약해 질 때에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주의 장막에 머물며

    주의 날개 아래로 피하리이다

    주의 이름을 영원히 찬양하며

땅 끝에서부터

천하의 다윗, 이스라엘의 왕 아닌가.

그런데 그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그 강한 사람이 지금은 ‘마음이 약해 질 때’를 걷는 중이다(2a). 동시에 저 ‘땅 끝’에 홀로 서 있다(2b). 어찌된 일인가. 그럼에도 그는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기도의 무릎을 꿇는다. 이 다윗을 향한 하나님의 응답은 무엇인가.

다윗의 형편

    “내 마음이 약해 질 때에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 나를 인도하소서.”(2)

다윗은 고통과 환난도 쉽지 않지만 하나님과 분리될 것만 같은 ‘땅 끝’에 홀로 남겨져 있다. 설사가상으로 마음까지 약해져 흔들리는 중이다. 무엇 때문인지, 누구에 의한 것인지, 왜 그러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일촉즉발의 위기의 때임에는 분명하다. 하나님 안에 있어도, 영원한 다윗언약이 주어졌으니 그 은혜의 날개 안에 있음에도, 천하의 다윗임에도 위기는 빗겨가지 않는다. 무릇 다윗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보호하심 안에 평안히, 아무 문제 없이, 그져 형통의 걸음만을, 꽃길만을 걷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윗은 형통할 때만 기도하고 찬양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처해 있을 때에도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님을 찾고 구하고 두드린다. 보통은 형통할 때는 자기 능력과 실력으로 살고, 고통스러울 때는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윗에게서 삶의 리듬이 깨지고, 극심한 환난 속으로 미끌어질 때에 그곳에서도 주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윗의 기도에는 이러한 전방위적인 시각이 들어있다: “내가 영원히 주의 장막에 머물며 내가 주의 날개 아래로 피하리이다.”(4) 주의 성소요 품인 교회에, 하나님의 은혜의 날개 안에 영원히 거할 수 있는 은혜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비록 고난이고 환난이지만 다시 돌아갈 주의 장막(날개)이 있음이 얼마나 복되고 영광스러운가.

하나님의 구원

하나님은 내가 피할 장막이시다. 주님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당신의 몸으로 장막을 치셨다. 주님은 환난 당한 우리를 당신의 날개 안에 품으신다. 사랑이다. 그렇다면 환난이라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공급 받을 수 있는 기회이고 통로가 되는 것 아닌가. 하나님은 늘 언제나 우리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환난 가운데서도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가 얻을 기업을” 주시는 분이시다(5). 인생의 위기와 소용돌이 치는 험한 세월이지만 빈 손으로 되돌리지 않으시고, 고난과 고통의 순간을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기업이 되어 주신다.

부스러기 묵상

    “그가 영원히 하나님 앞에 거주하리니”(7a)

    “그리하시면 내가 주의 이름을 영원히 찬양하며

      매일 나의 서원을 이행하리이다.”(8)

다윗은 기도하고, 하나님은 응답하신다.

그럼 이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다윗에게는 응답 이후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과론(因果論)에 따른 조건이 아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고난과 환난을 면하게 해 주시면 하나님 앞에 ‘영원히’ 머물겠다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만이, 하나님의 사랑만이, 하나님의 응답만이 다윗이 하나님 앞에서 감당해야 할 삶의 열매를 영원하게 하실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다윗의 어떠함이 영원함을 끌고가는 게 아니다는 뜻이다.

다윗은 하나님의 응답이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감당해야 할 것을 ‘영원히’ 하게 한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땅 끝’에 있는 자신의 절망과 아픔에 하나님이 개입하시기를 기도한다. 그가 만난 환난마저도 하나님의 ‘영원히’를 무너지게 할 수 없다. 그러니 인생의 땅 끝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주의 구원을 찬양한다. 모든 꽃들은 다 흔들리면서 피고 이어서 열매를 맺는다. 비와 바람과 폭풍을 통과해 가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 세상이라는 비바람을 통과해 가는 그리스도인의 삶 역시 그렇다. 그러므로 지금 흔들리는 때라면 다윗처럼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때다. 그러면 우리에게서도 ‘영원히’ 부를 노래가 있도록 해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