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재앙, 그 예고편(출 11.1-10)

20210424(묵상)

  

 

 

마지막 재앙, 그 예고편

Ex. 11.1-10

 

    본문 관찰

 

    내가 이제 한 가지 재앙을 내린 후에야 내보내리라

    애굽 땅에 있는 모든 처음 난 것은 죽으리니

    그러나 애굽 사람과 이스라엘 사이를 구별하는 줄을 너희가 알리라

    심히 노하여 바로에게서 나오니라

  

 

최후통첩(最後通牒)

 

이제 한 가지 재앙만을 남겨 놓고 있다(1a).

이 재앙이 집행되면 마침내 이스라엘은 창세기 15장의 언약의 성취를 위해 애굽의 장도에 오르게 된다(1b). 열번째 재앙은 출애굽기 1-2장을 역전시킨다. 이 일은 하나님이 친히 하신다(4-5). 한편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이 재앙으로부터 구별된다(6). 마침내 애굽은 전무후무(前無後無)한 통곡을 통해서 하나님이 하신 일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7). 이 사실이 모세를 통해 바로에게 통보되고 있다. 그럼에도 바로는 다른 때와는 달리 별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다(10.8-11,24,28). 이렇게 해서 마지막 기회마저 소비해 버린다. 이게 바로 인생이다. 왜 그랬을까?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

 

바로는 모세로부터 마지막 재앙에 대한 예고편을 다 들었다(4-8). 그런데 바로는 모세의 설교를 듣고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과 생축의 초태생(初胎生)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았음에도 말이다. 아마도 바로는 모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식적으로 그렇게 될 일이 못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애굽의 군사들을 생각했든지, 아니면 무기도 없고 군사훈련도 받지 않은 히브리 노예들이 무슨 수로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겠느냐며 코웃음을 쳤는지도 모른다. 땅의 사람에게는 하늘의 방식을 볼 능력이 없는 것이다.

불쌍한 바로다. 그는 5장에서 모세를 만난 이후 7장에서부터 이어지는 재앙을 경험해 왔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고, 계속되는 하나님의 말씀(경고)을 모세를 통해 직접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모세로부터 하나님의 최후통첩을 통고 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돌이키지 않는다. 얼마나 강퍅하고, 또한 영혼이 바싹 말라버린 사람인지 모른다. 죽는다는데, 어느 날 밤에 일제히 바로의 장자로부터 애굽의 모든 장자들이 하나님의 심판 아래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추락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도 말이다.

노아시대에도 그랬다. 방주가 지어져 완성되어 가는 것은 두 가지 사인(sign), 그러니까 방주에 들어가는 것은 구원이요 그렇지 않으면 홍수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죄를 회개하지 않았다. 아마도 방주의 문이 닫히고, 홍수가 나고, 그리고서야 방주 밖에서 문을 꽝꽝 치며 들어가게 해 달라고 통곡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지나갔다. 주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있으면서,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인자의 임함도 이와 같으리라.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24.37-39,42)

 

바로가 불쌍하고, 그러다가 인간이 얼마만큼 하나님을 알고 받아들이는 일을 근본적으로 싫어하는 죄인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의 기적을 친히 목도하고도 이 정도니 보통의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해서 적대적인 것이야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이처럼 강퍅한 시대를 과연 무엇으로 헤치고 나가야 할지 아찔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은 비록 이미(already) 재앙이 있을 것이라 선포되었지만 그것이 집행된 것은 아직(not yet) 아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시간만큼이 기회다. 그러나 바로는 이것을 무시하고 재앙 앞으로 가 버리고 말았다. 예고되었음에 말이다.

이 말씀의 원리는 지금도 동일하다. 아직 주님의 재림으로 시작될 최후의 심판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죽음을 맞기 이전까지는 약간 길고 짧음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들마다 살아야 할 남은 시간들이 기회로 주어져 있다. 역시 동일하게, 마치 바로가 마지막 심판을 예고 받고 있는 것처럼 성경은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9.27)라고 말씀한다.

우리 역시 이 두 길을 따라 살아간다. 감사한 것은 바로처럼 살아서는 아무런 소망이 없음을, 그러므로 주께서 열어 놓으신 생명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천국 가는 길임을 다 알고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항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이긴 여정인 셈이다. 바로에게는 이게 보이지 않았고, 동의되지 않았고, 믿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죽음에 이르는 길을 따라 불 속으로 들어가는 불나방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만다.

   

 

부스러기 묵상

 

장자 죽음의 전주곡(前奏曲)이다.

전주곡의 기본 멜로디는 애굽의 주제 음악을 짐작케 한다. 별 일이 없다면 하나님이 작정하신 섭리는 예정대로 집행될 것이다. 이미 12장 이후를 다 읽어서 알고 있는 우리의 느낌과 11장까지만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저들에게는 아직(not yet) 살아보지 않는 미래를 이미(already) 알게 된 것인데 그러고도 오늘처럼 내일을 맞이하고, 또 그렇게 살겠다고 하고 있으니 놀라울 뿐이다.

아마도 모세가 대단히 화가 나서 바로 앞에서 나오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8b).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하나님의 말씀과 10회의 기적(지팡이가 뱀이 된 전초전까지 포함하면, 7.8-13)을 들었고, 또한 두 눈으로 똑똑하게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도 무감각할 수 있을까.

모세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공감되는 것도 그것이지만 그는 이미 바로와 쌍방간에 결별선언’(10.28-29)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그는 생명을 걸고 다시 하나님이 명하신 말씀을 바로에게 전하고 있다(11).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하나님이 명하셨기 때문에 기꺼이 순종한다. 비록 아프고 시리지만 그 사이(10.29 11.4-8a 11.8b)에 순종을 세운다.

바로에게는 절망하지만 말씀을 전하는 일에는 온 몸으로 순종하는 모세를 배운다. 이 일은 자기 마음에 드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기준이 아니다. 그는 바로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인하여 살고 있는 사람임을 분명히 한다. 이게 우리에게도 귀중한 사역의 힌트가 된다. 사노라면 바로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그게 핑계가 되어 하나님의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모세처럼 살자. 그게 희망이니까.

모세의 절제된 모습, 이제는 그 어떤 사람이나 상황이라는 파도가 일어나도 넉넉하게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영적 안정감, 비록 자신의 사역과 설교가 바로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할지라도 낙담과 실의로 흐르지 않고 여전히 사명자로서 서 있는 근성, 밑빠진 독같은 사람에게도 거의 1년이라는 세월을 초지일관할 수 있는 끈기, 이런저런 것들이 모세와 우리의 간격을 더 크게 느껴지게 만든다. 어쩌면 이런 이유들이 그가 하나님의 종으로 쓰이게 만드는 것 아닐까. 하나님의 집에 충성! 이를 모세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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