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④ - 파 리(출 8.20-32)

20210419(묵상)

  

 

 

재앙- 파 리

Ex. 8.20-32

 

    본문 관찰

 

    내 백성과 네 백성(20-24)

    지피지기(知彼知己, 25-32)

   

 

내 백성을 보내라!

 

마침내 네 번째 재앙이 예고된다(20-21).

모든 게 다 바로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파리 떼가 애굽 전국에 이를 것이지만(24) 한 가지 나는 내 백성이 거주하는 고센 땅을 구별하여 그곳에는 파리가 없게 하리니”(22a)라는 약속이 특별하다. 이렇게 해서 재앙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 지금부터는 애굽에만 집중됨으로써 하나님이 누구 편이신가가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 바로의 타협 시도가 애처롭기만 하다(25,28).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마음을 완강하게 하여 그 백성을 보내지 아니”(32)함으로써 더 깊은 수렁으로 치닫는다.

   

 

내 백성과 네 백성(20-24)

 

세 번에 걸친 재앙이라는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무섭게 경험하게 하시더니(7.14-8.19), 이번부터는 내 백성이스라엘에게는 재앙을 내리지 않으시고(22-23), ‘네 백성바로에게는 어김없이 징벌하신다(24). 이렇듯 당신의 백성을 재앙으로부터 구별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케 하신다. 하나님은 밀물(재앙)과 썰물(구별)을 적절하게 활용하심으로써 이스라엘의 잠자는 신앙을 깨우고 계신다.

   

 

지피지기(知彼知己, 25-32)

 

바로는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어 하나님의 명령을 변질시키면서 비껴가려고 한다. 하나님은 광야(曠野, 27, 5.1, 7.16)에서 당신을 섬기라 하셨으나 바로는 이 땅’(애굽)에서 하라고 말한다. 이처럼 하나님의 명령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버린다. 이것은 병()이며, 또한 아주 교묘한 사탄의 계략이다. 제사(예배)를 드리는 장소는 하나님이 결정하시는 것이지 바로의 몫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뭔가 대단한 것을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처럼 행세한다.

하나님 앞에서 자가 마음대로 행세하다가 큰 코 다친 사람이 어디 바로 뿐이겠는가. 어리석은 부자도 그렇지만(12.16-21) 나 역시도 얼마나 많은 경우 내 방식대로, 내 생각대로, 내 결정대로 움직이며 살아 버리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는지 모른다. 옛말에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말이 정말 그런 것 같다. 바로는 하나님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협상을 해 보려고 한다. 하나님을 두고 거래를 하려고 하는 것, 이것이 얼마나 인간적인 수준인가 말이다.

하지만 모세는 타협을 거부한다(26a). 바른 결정이다. 그에게는 애굽의 문화를 읽어내는 통찰이 있다. 수양, 염소, 황소와 같은 동물들의 피를 드리는 제사를 애굽이 싫어하는 것을 모세는 간과하지 않는다(26b). 애굽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본질이 아닌 것 때문에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광야로 들어가서, 그것도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시는 대로”(27)라는 원칙을 잊지 않는다.

모세처럼 살아야겠다. 바로가 아무리 이 땅이 좋다며 타협을 요구해도 광야에서 희생을 드리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를 수 있는 결단, 지금 내가 사는 시대가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편리주의라는 가치를 우선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신본주의(神本主義), 이는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혼을 앞에 두고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고후6.14a)는 말씀을 알면서도 좋은 조건이면 전도하면 되지!” 그러고, 아니면 믿지 않는 가정이다!”며 그럴듯한 포장을 하는데 이것이 현대판 바로의 유혹이다. 하나님의 말씀까지도 나의 유익과 선택의 자유함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 버린다면 이것이야말로 부정적 [바로학습효과]가 아닌가.

태초에 뱀은 하와를 유혹할 때도 지금 바로처럼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2.17)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교묘하게 슬쩍 바꾸었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3.1) 하와는 이 달콤한 말에 그만 넘어졌지만 모세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했다. 이것이 신앙이다. 당장 눈앞에 작은 것을 얻겠다고 덥석 물었다가는 정말 중요하고 큰 것을 잃을 때가 많다. 영적인 면에서도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바로는 여의치 않자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온다(28): “정 그렇다면 좋다, 하고 싶으면 하라, 그러나 세상을 너무 멀리 떠나지는 말아라!” 어떻게 해서든 애굽이라는 세상에 한 발을 걸치고 있게 하려고 한다. 모세와 이스라엘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칫 애굽을 지탱하는데 큰 역할을 감당하는 노예들을 다 잃을 수는 없기에 마지못해서 제한적으로, 형식적으로, 위기 모면용으로 조건을 제시한다.

흔히 모든 게 적당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예수를 믿어도 너무 유별나게 믿지 말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이처럼 연막을 치면서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복음의 원칙을 지키고, 진리를 타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일들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 아니다. 믿음으로 사는 길은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26.39b)라고 기도하셨던 주님의 원칙을 따르는 삶이다.

   

 

부스러기 묵상

 

사소한 것에 밀리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아무 것도 막을 수 없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이, 영적인 면에서도 말씀이라는 불변의 원칙을 내 나름 대로라는 [내가복음]으로 만들어 버리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모세가 이처럼 담대할 수 있는 것은 능력이 있었던 것은 자신의 생각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앞에서도 당당하게 따를 수 있는 결단 때문이다. 사탄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말씀으로!”라는 하나님 제일주의다.

모세에게 더 머리를 숙이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바로를 긍휼히 여기며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영성이다(29-30). 동시에 바로를 향해 충고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바로는 이 백성을 보내어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는 일에 다시 거짓을 행하지 마소서!”(29b) 노예의 신분에 감히 바로라는 살아있는 신에게 거짓말쟁이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 그가 모세다. 하나님의 시각에서 세상을 진단하고,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모세의 신앙을 배우고 싶다.

하나님은 바로를 봐서는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으셨을지 모르나 모세를 봐서 그의 기도에 응답하신다. 바로의 본성이 어떠함을, 그러니까 상황만 호전되면 얼마든지 과거로 돌아갈 사람임을 아시면서도 말이다. 이것은 재앙의 목적 자체가 나는 세상 중에 여호와인 줄을 네가 알게 될 것이라.”(22b)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벌써 네 번씩이나 바로에게 돌이킬 기회를 주신 셈이다(7.25, 8.15,19,32).

 

   

제목 날짜
재앙⑩, 그리고 출애굽.EXODUS(출 12.29-51) 2021.04.22
첫번째 유월절.逾越節(출 12.1-28) 2021.04.22
마지막 재앙, 그 예고편(출 11.1-10) 2021.04.22
재앙⑨ - 흑 암(출 10.21-29) 2021.04.21
재앙⑧ - 메뚜기(출 10.1-20) 2021.04.19
재앙⑦ - 우 박(출 9.13-35) 2021.04.17
재앙⑤⑥ - 악질과 독종(출 9.1-12) 2021.04.17
재앙④ - 파 리(출 8.20-32) 2021.04.08
재앙②③ - 개구리와 이(출 8.1-19) 2021.04.08
재앙① - 피(출 7.8-25) 2021.04.06
하프타임.HalfTime(출 6.28-7.7) 2021.04.06
레위지파 이야기(출 6.14-27) 2021.04.06
언약(言約)이 해법이다(출 6.1-13). 2021.04.06
첫 탐색전 - 모세 vs 바로(출 5.1-23) 2021.04.05
入애굽 길목에서 생긴 일들(출 4.18-31) 2021.04.03
하나님과 모세의 대화2(출 4.1-17) 2021.04.03
하나님과 모세의 대화1(출 3.11-22) 2021.04.03
소명(召命)에로의 부르심(출 3.1-12) 2021.04.03
모 세 - 80년 이야기(출 2.1-25) 2021.04.01
이스라엘 - 350년 애굽史(출 1.1-22)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