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애굽 길목에서 생긴 일들(출 4.18-31)

20210413(묵상)

  

 

 

애굽 길목에서 생긴 일들

Ex. 4.18-31

 

    본문 관찰

 

    미디안과의 이별(18-20)

    애굽에서 해야 할 일(21-23)

    위기일발(危機一髮, 24-26)

    상견례(27-31)

   

 

하나님의 지팡이

 

마침내 하나님과 모세의 팽팽한 긴장은 끝난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모세는 드디어 하나님께 항복한다. 이제 모세는 미디안 생활 40년을 마무리하고 광야 길을 따라 애굽으로 돌아가는 장도에 오른다. 철저하게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서 말이다(19,21). 그런데 그 하나님이 이번에는 모세에게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가하신다(24).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한편 모세와 이스라엘 사이의 40년만의 만남이 하나님의 손 안에서 이루어진다. 백성들이 모세에게 머리 숙여 경배하였더라.”(31b)는 상견례의 분위기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좋은 밑그림이다. 그만큼 출애굽기는 출렁거리고 있다.

   

 

산전수전(山戰水戰, 18-26)

 

모세는 즉각적으로 순종한다. 하나님이 명하신 일이라고 해서 사람과의 일을 얼렁뚱땅하거나 생략하지 않는다(18). 사람과의 마무리와 하나님과의 시작을 선한 마음으로 할 줄 아는, 이 둘의 균형과 조화를 조절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수준을 가끔이지만 기웃거리는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또 본받아야 할 부분임을 발견한다.

이제 하나님은 구체적으로 인도하시고(19,21-23), 모세는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애굽으로 돌아가는 장도(壯途, 20)에 오른다. 하지만 이해하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아마도 노정에서 죽을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 출애굽기 기자는 이때를 이렇게 기록하였다: “여호와께서 그를 만나사 죽이려 하신지라.”(24) 왜 그러셨을까. 아마도 바로 이어지는 모세의 부인인 십보라가 아들에게 행한 할례를 통해 이 사건이 종결되는 것으로 볼 때 여기에는 깊은 신학적인 문제가 있는 듯하다.

모세는 언약 백성에게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아들에게는 언약의 증표인 할례를 행치 않았던 모양이다. 이스라엘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의 핵심인 할례가 행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모세에게는 치명적인 언약 불이행에 해당된다. 하나님은 지금 이것을 모세에게 엄중하게 묻고 계시는 것이다.

한편 십보라가 할례를 알고 있었고, 그것이 모세에게 닥친 일촉즉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편임을 깨닫고 있었다는 것은 모세가 지난 40년의 미디안 광야생활에서 영적으로 무기력하게 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그가 왜 아들에게는 언약 백성의 표(sign)인 할례는 행치 않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모세는 하나님을 만난 사람이요, 사명자요,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자로 애굽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하나님께 드려야 할 마땅한 모습이 아니었을 때 그 또한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두려워 떨었을 것이고, 이것이 그를 더욱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으로 하나님 앞에 서 있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사명이 죄를 그대로 묵과하지 못하며, 모세라 할지라도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면 우리 역시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십보라는 이 일을 겪으면서 자녀들과 함께 다시 친정 미디안으로 돌아갔다(18.1-5).

   

 

애굽 스타트(27-31)

 

아론(27-28)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장로(29) 백성(30-31)으로 이어지는 모세와의 상견례가 인상적이다. 말씀과 이적은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모세와 아론을 신뢰하도록 했다(30-31a). 그리하여 지난 430년의 암울한 기억으로부터 저들을 자유하게 했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일을 낳게 하였다.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에게 전한 메시지는 백성들에게 머리 숙여 경배하”(31b)도록 만들었다.

모세가 염려했던 일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가슴에 자리한 한()마저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충분히 원망할 만 하고, 모세에게 시비를 걸 만 하기도 하겠다 싶은 세월이요 고통이었다(2.23-25, 3.7,9). 하지만 신기하게도 저들은 온순한 양처럼 모세 앞에, 아니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아마도 아론이 얼마나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었는지, 그리고 모세가 전하는 메시지와 하나님의 기적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 것인지, 그러니까 말씀이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주목하게 하는 광경이라 여겨진다.

   

 

부스러기 묵상

 

    “백성이 믿으며 듣고 머리 숙여 경배하였더라.”(31)

 

4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애굽이다.

역시 40년의 미디안 생활을 정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떠나온 발걸음이다. 그는 이 길목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24). 실로 모든 게 만만찮은 것들이다. 가족들과의 이별도 감수해야만 한다(18.1-5). 그는 홀로다. 오직 하나님의 지팡이’(20) 하나 의지하고 애굽한다. 애굽과 이스라엘 모두가 다 모세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19). 오직 하나님만의 그를 기억해 내셨고, 그를 부르셨다.

한편 하나님은 모세의 형 아론에게 광야에 가서 모세를 맞으라!”(27a) 하신다. 모세 외에 아론이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역시 자신에게 나타나 말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알았으며, 하나님을 대면할 정도로 애굽이라는 토양에서 건강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하나님의 사람들은 준비된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한다. 참으로 고통스럽고 생사를 오가는 83년이라는 상황에서도 아론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만큼 건재하다(7.7).

일단 분위기는 밝다. 이스라엘이 모세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27-31). 이스라엘은 하나님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고, 과연 아브라함과의 언약이 어떻게 성취될 것인가를 주목하면서 이제 곧 끝날 고통의 마지막 언덕을 헉헉거리면서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나님은 언약을 지키시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아오셨다. 그렇다면 이제 이스라엘이 응답할 차례다. 이 일을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을 통해 드러내어야 한다. 사명이자 소명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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