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모세의 대화2(출 4.1-17)

20210412(묵상)

  

 

 

하나님과 모세의 대화(2)

Ex. 4.1-17

 

    본문 관찰

 

    세 번째 대화(1-9)

    네 번째 대화(10-12)

    다섯 번째 대화(13-17)

 

 

모세, 어쩌자고?

 

모세는 뭘 믿고 이처럼 계속되는 말대답을 하는 것일까.

조금은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다. 지금 대화의 파트너는 하나님이시다. 잊지 않고 찾아주심만으로도, 만나주셔서 소명(사명)을 주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도 남을 만큼의 은혜를 받은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모세의 언행(言行)은 뭔가 좀 빗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토록 맺힌 게 많았다는 얘기인가.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 그럴 수 있다는 게 영 그렇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칭얼거리는 모세의 어리광을 끝까지 다 받아주신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탐색전은 계속된다.

   

 

M - “나는 능력이 없습니다.”(1)

G - “표적의 표징은 믿으리라.”(2-9)

 

모세는 진심으로 자신이 없었다. 만일 이런 기회에 좀 더 많은 것을 하나님께 얻어내고자 하는 꼼수를 부렸다면 하나님이 눈치를 채지 못하실 리 없다. 다행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정리가 된 듯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백성들에게 보여진 자신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이 만일 여호와께서 네게 나타나지 아니하셨다!”(1)라며 불신한다면 백성들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과 하나님의 관계는 걱정이 없으나 자신과 백성들과의 관계는 그로 하여금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그러나로 머물러 있게 한다. 이것은 엄밀히 보면 불신(不信)이다. 그는 주저하고 있다. 거대한 세력인 바로에게 나아가기도 전에 백성들로부터 거부될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지난 40년 전에 뼈저리게 경험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는 지금 스스로의 약점을 시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더니 이번에는 백성들 때문이라고 슬쩍 치고 빠진다. 40년은 바로의 궁전에서 왕자수업을 했었고, 나머지 40년은 광야에서 소일했다. 어찌 보면 노예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볼 때 모세는 고통과 고난과는 상관없이 지낸 셈이다. 육체적인 면에서 고락을 함께 하지 못한 것만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마치 일제시대 때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서 해외생활을 하다가 해방이 되어 귀국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일종의 자격지심(自激之心, complex)과도 같은 일일지 모르겠다. 그럴듯한 이유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충분히 고통스러울 주제 같기도 한 미묘한 것만은 사실이다. 모세는 지금 그 만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자신을 봐도 그렇고(3.11),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3.13), 백성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1).

놀라운 것은 이러한 모세의 고통을 해결하시는 하나님의 솜씨에 있다. 하나님은 해법을 모세의 면역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하지 않으신다. 반대로 모세의 논리를 뛰어넘은 세 가지 기적을 밝히 보여주심으로써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종임을 증거하시며, 동시에 모세로 하여금 이 기적을 행하는 자로 영적 능력을 부여하신다(2-9). , 모세가 자가발전(自家發電)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강화시키거나, 자신 내부로부터의 확신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그가 재기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는 점이다.

주도권은 하나님이 잡고 계신다. 모세를 부르시는 분도, 그를 준비시키시는 분도, 그가 자신의 사명(소명)을 성취할 수 있는 자로 거듭나는 것도 한결같이 하나님 편에서의 일하심이라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것만큼 모세가 하나님의 종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무기가 더 있을까 싶다. 하나님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방법으로 모세를 빚어가고 계신다. 80년 묵은 고목나무에 새순이 돋고 있는 것 아닌가.

기적은 먼저 모세와 하나님의 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모세와 백성들의 관계에 있어서 굳건한 신뢰를 낳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의심과 주저함이라는 불신 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기적을 베푸심으로써 그럼에도 모세를 여전히 신뢰하고 또 그가 온전한 신앙으로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뜻을 분명하게 보여주신다. 또한 백성과의 관계에서도 모세가 기적을 행함으로써 그의 출현이 하나님으로부터의 보내심이라는 것을 확증해 줄 것이다. 이번에도 하나님은 모세의 질문에 보란듯이 응답하심으로써(1 2-9) 그가 전인격적으로 항복하고서 온 몸과 마음으로 소명을 붙들게 되기를 기대하신다.

   

 

M - “나는 말을 할 줄 모릅니다.”(10)

G -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11-12)

 

기적만큼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밝히 드러내는 메시지가 또 있을까. 모세는 내적으로 치유되고(3.11-12),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고(3.13-22), 또한 불신앙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됨으로써 지도자로서의 균형을 잡게 되었다(1-9). 모세가 스스로 힘겨워할 때마다 하나님은 친절하고도 부드럽게 말씀해 주심으로써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끊고 미래로 가는 길을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도록 격려하신다.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을 보는 시선을 놓침으로써 마치 바다 위를 걸어가다가 그 물에 빠져드는 베드로처럼 자신의 연약함을 핑계하는 것 때문에 좌초할 위기를 자초한다(10). 사실 그는 이미 40년 전에 바로의 왕궁에서 왕자들로 더불어 애굽의 모든 학문을 다 배웠었다(7.22): “모세가 애굽 사람의 모든 지혜를 배워 그의 말과 하는 일들이 능하더라.”

주목할 부분은 주께서 주의 종에게 명령하신 후에도 역시 그러하니”(10b)라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자신은 하나님의 종으로 헌신하였지만 그럼에도 지도자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언변의 어눌함이 헌신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을 주께 아뢴다. 정말 그럴까. 감히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으랴. 아마 모세는 진심으로 자신의 약함과 약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세는 지금 자신의 눌변이 하나님의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아니셨다(11-12).

하나님과 모세의 생각의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이것이 얼마나 사역의 흐름을 가로막는 불신앙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고집스럽게 기준점으로 삼고서 하나님의 생각을 참고하려고 할 때 우리도 종종 모세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하나님이 찾아오셨고, 그래서 해야 할 일을 받았고, 거듭되는 대화를 통해서 문제의 해법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생각이 주()가 될 수 있는 것, 이것이 또한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M - “나는 갈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13)

G - “네 형 아론이 있지 아니하냐?”(14-17)

 

모세는 어쩌면 금기를 깬 말을 하고 말았다: “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13) 그는 자신의 어눌한 언변을 핑계 삼더니 급기야 하나님의 명령을 불복하는 말을 서슴없이 토해낸다. 하나님의 응답(14-16)을 놓고 볼 때 아마도 모세는 자신의 언변 없음에 대해서 불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대답에 대해서도 거부하는 불신앙을 서슴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결국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핵심은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하기 위해 애굽으로 갈 마음이 없다는, 말하자면 하나님의 뜻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어쩌자고 이러는 것인지 마음 졸이고, 하나님의 눈치를 살펴야 할 만큼 가슴이 두근거린다. 벌써 몇 번째 아니오!’(NO!)란 말인가. 왜 그럴까? 모세가 아닌 이상 뭐라 대답할 입장이 못 된다. 아마도 그는 진심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할 그런 사람이 못됨을 간곡하게 하나님께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만일 지난 40년 전의 기억만을 무기로 상한 감정을 따라 막무가내(莫無可奈)로 이 핑계 저 핑계를 꺼내들었다면 그걸 하나님이 모르셨을 리 없고, 그렇다면 이처럼 친절하게 하나님께서 인내로 대답하셨을 것 같지 않다.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40년의 광야생활이 그로 하여금 하나님을 보는 일에, 언약을 기억하는 일에,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는 이스라엘을 생각하는 일에, 자신이 살아있음에 대한 이유들을 아마 모래 바람 속에 파묻어 버렸나 보다.

그의 바닥난 영성이 좀처럼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님이 친히 찾아오셨고, 말씀하시고, 사명을 지워 그를 애굽으로 파송하시겠다 하심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 영적인 잠을 자고 있다. 옛날에는 모세가 얼마나 불신앙적이고 교만한 사람인가를 생각하면서 흥분했었지만 지금 다시 모세를 바라보면서 그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광야에서 남몰래 눈물 흘리며 휘청거렸을까를 생각해 본다.

마침내 하나님은 모세를 향하여 노하”(14a)시고야 마신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모세를 벌하시고 책하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를 설득하고, 그가 제시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시기 위한 아버지로서의 권위에 찬 사랑의 음성으로 들린다. 하나님의 이러한 반응은 최소한 애정이 아니고선 일어날 수 없는 것 아닐까. 비웃음도 아니고, 무시함도 아니고, 채찍을 들어 책망하사 벌하시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하나님의 음성이 우리 마음에도 메아리쳐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오히려 시원하다. 지금까지는 못난 아들을 어떻게 해서든 어르고 설득해 보려고 하는 어머니의 사랑이었다면(3.11-4.12), 이번에는 하나님의 뜻대로 따라 주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최후통첩(最後通牒)하시는 회초리를 든 아버지의 엄격한 모습이다 싶다. 부자(父子) 사이의 진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부스러기 묵상

 

모세가 행복해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처절하리만큼 초라하고 볼품 없는 모세였음에도 불구하고 80년을 하루같이 기다리시면서 마침내 당신의 뜻이 이루어져야 할 때가 차매’(15.16) 그를 찾아오사 그와의 무궁한 세월을 한 순간에 뛰어 넘어버리시는 하나님의 열심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명을 부여받고 있음에도 그것을 마치 철부지처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모세에게서 부끄럽게도 우리 자신을 본다. 그럼에도 찾아오시고, 설득하시며, 끝내 당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시고야 마시는 하나님의 열정 앞에 고개를 숙인다.

얼마나 맺힌 것들이 많았으면 거룩하신 하나님을 대면한 자리에서, 또한 하나님이 직접 명령하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절규할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모세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어쩌면 하나님은 모세가 이 수준일 것을 다 아시면서 찾아오셨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를 불쌍히 여기셨고, 언제까지나 야인(野人)으로써 양이나 치며 소일하는 모세로 사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모세도 모세지만 그 앞에 서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에게서 진한 감동을 맛본다. 모세를 포기하지 않으셨듯이 이 못나고 턱없이 부족한 죄인을 또한 당신의 넓은 사랑의 품에 품으시고 오늘까지 코에 호흡을 주신 분, 말도 되지 않는 엉뚱한 소리나 퉁퉁하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도대체 맘에 드는 구석을 찾을 수 없는 우리, 이 멀고도 긴 간격을 오직 사랑으로 덮어버리시는 하나님이 참으로 감동스럽다.

 

   

제목 날짜
재앙⑩, 그리고 출애굽.EXODUS(출 12.29-51) 2021.04.22
첫번째 유월절.逾越節(출 12.1-28) 2021.04.22
마지막 재앙, 그 예고편(출 11.1-10) 2021.04.22
재앙⑨ - 흑 암(출 10.21-29) 2021.04.21
재앙⑧ - 메뚜기(출 10.1-20) 2021.04.19
재앙⑦ - 우 박(출 9.13-35) 2021.04.17
재앙⑤⑥ - 악질과 독종(출 9.1-12) 2021.04.17
재앙④ - 파 리(출 8.20-32) 2021.04.08
재앙②③ - 개구리와 이(출 8.1-19) 2021.04.08
재앙① - 피(출 7.8-25) 2021.04.06
하프타임.HalfTime(출 6.28-7.7) 2021.04.06
레위지파 이야기(출 6.14-27) 2021.04.06
언약(言約)이 해법이다(출 6.1-13). 2021.04.06
첫 탐색전 - 모세 vs 바로(출 5.1-23) 2021.04.05
入애굽 길목에서 생긴 일들(출 4.18-31) 2021.04.03
하나님과 모세의 대화2(출 4.1-17) 2021.04.03
하나님과 모세의 대화1(출 3.11-22) 2021.04.03
소명(召命)에로의 부르심(출 3.1-12) 2021.04.03
모 세 - 80년 이야기(출 2.1-25) 2021.04.01
이스라엘 - 350년 애굽史(출 1.1-22)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