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모세의 대화1(출 3.11-22)

20210411(묵상)

  

 

 

하나님과 모세의 대화(1)

Ex. 3.11-22

 

    본문 관찰

 

    첫 번째 대화(11-12)

    두 번째 대화(13-22)

   

 

언중유골(言中有骨)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모세의 반응(태도)이 예사롭지 않다.

80년만의 만남이요 대화다. 어쩌면 모세는 40년 전 이미 잊혀진 옛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나님은 모세를 주목하고 계셨고, 마침내 그를 찾아오셨다. 그리고 긴 대화가 시작된다(3.11-4.17). 하지만 각도에 따라서는 모세의 대답이 여러 빛깔로 분광된다. 인간이 하나님께 저러고도 괜찮을까 싶어, 지켜보는 자들의 가슴이 더 뛸 지경이다. 분명 뭔가가 있다. 한편 그의 가슴에는 무엇인가 맺힌 것이 있어 보인다. 그것이 무엇이고, 왜일까?

   

 

M - “나는 적합하지 않습니다.”(11)

G -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12)

 

하나님이 찾아오셨고, 동시에 그 이유가 밝혀졌다(1-10).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10) 쓰시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여기 있나이다!”(4b)로 응답했던 모세가 보인 첫 번째 반응은 하나님의 명령을 즉각적으로 사양하는 것이었다(11). 하나님께 감히 이럴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격자들끼리의 대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이 옳던 그르던지 간에 모세에게는 이렇게 응답할 무슨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모세는 왜 이러는 것일까.

모세 또한 애굽에 대해서 회자되던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것과 같았던 자신의 행동(2.11-15), 점차 가중 되어가는 애굽의 폭정(1.8-22 2.23-25), 아마도 모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을 철저하게 절감하면서 쓸쓸하고 고독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아브라함에게 언약하신 기한보다 더 지난 430년의 애굽생활(15.13,16a), 그럼에도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오랜 침묵,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세월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이 느닷없이 찾아오셔서 다짜고짜 내가 보고 듣고 알고 내려와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7-8) 내겠다 하시더니, 주어 생략하고 모세, 네가 이 일을 해야겠다!” 하시는 것 아닌가. 하지만 모세는 지금 40년 전에 하나님이 자신을 쓰시지 않으신 것에 대해서 감정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 결과 야인(野人)으로 점차 소진 되어가는 자신을 한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 비하(卑下)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리도록 아픈 탄식의 호흡을 토해내고 있지 않나 싶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버리지 않으셨구나!”, 그러면서 동시에 이 볼품 없고 무능한 자신에게 찾아오셔서 이 위대한 대업을 부탁하실 수 밖에 없으신 하나님을 그는 80년이라는 자신의 세월 속에 담아낸다. 그는 호들갑을 떨며 자신을 인정해 주신 하나님께 감지덕지(感之德之) 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모세는 인간으로서는 이 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게 하나님이 지금 모세를 설득하고 계신다.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있지 않음을 주목해 본다. 이미 하나님은 모세의 마음을 다 읽으셨지 싶다. 그러기에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12) 하시는 것이겠지. 하나님은 지금 허심탄회하게 모세를 인격적으로 설득하고 계시는 중이다: “내가 너와 함께 하면 되지 않겠니?” 이제부터는 모세를 홀로 두지 않으시겠다는 하나님의 선언이다.

 

 

M - “나에게는 메시지가 없습니다.”(13)

G -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14-22)

 

내게는 모세의 두 번째 질문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부족하다는, 말하자면 자신의 영적 무지를 고백하는 것으로 들린다. 이미 그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신지식(神知識)을 동원해서 일하려다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던 40년 전의 쓰라린 경험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이해의 폭에 제한되지 않으시는 분임을 인정하면서, 유한(有限)이 어찌 무한(無限)을 다 파악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영적 목마름이 물씬 풍기는 질문이다.

언젠가부터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는 것이 멈추어버린 자신, 40년이라는 긴 세월의 간격을 채울 길 없는 자신, 지금 하나님을 만나고 있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마저도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무한 자신, 그만큼 그는 영적으로 심각하게 휘청거리고 있는 중이다. 하나님이 믿지 못하는 불신앙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누구신가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자신 없는 자신의 영적 텅빔(공허)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참담함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에도 하나님은 모세의 중심을 아셨다. 온갖 잡신들이 들끓는 애굽에서의 이스라엘의 영적 형편을 읽을 수 있는 질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세는 조용히 하나님이 그런 신들 가운데 한 신으로 취급될 수도 있음을, 그 지경에까지 이스라엘의 모습이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음을 슬픈 노래로 통곡한다.

하지만 진정 하나님은 누구신가? 그분은 스스로 있는 자’(14)이시다. 바알처럼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어느 한 시점에, 그리고 어떤 필요와 목적을 따라 만들어진 인조신(人造神)이 아니다. 하나님은 여호와, 즉 절대 주권자이시다. 이스라엘은 그 하나님을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 곧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15)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바로 그 하나님에로의 부흥을 다시 일으키시려고 하시는 것 아닌가.

하나님은 마침내 이스라엘을 애굽으로부터 구원해 낼 계획을 모세에게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16-18). 아직(not yet)인 이야기를 이미(already)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모세가 삶이라는 호흡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는 하나님이시다. 아브라함과의 언약이 다시 반포되어질 때 이스라엘은 다시 영적으로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앞에서 기적으로 증명될 것이다(19-22).

마치 저 너머에 있는 미래를 이미 경험한 과거처럼 말씀하시는 분, 비록 모세가 두 번에 걸쳐 휘청거리면서 무능함을 드러내고 있을 때에도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섭리를 도도하게 펼쳐 가시겠다 선포하시는 분, 바로의 실체가 쓰레기처럼 밝혀지고 그래서 하나님의 이름 앞에 짓밟히게 될 것임을 추호의 망설임 없이 그대로 다 공개하시는 분, 그분이 자신의 초라함과 텅빔(무능)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세 앞에 서 계신 하나님이시다.

   

 

부스러기 묵상

 

하나님을 만난 모세에게도 뭔가 명쾌하지 않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당당하고, 확신하고, 그래서 의심 없이 밀고 가고,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언행(言行)하는 것과 지금 모세가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다른 그림이다. 앞에 나열한 것들로 무장해야만 하나님이 쓰신다는 것은 어쩜 우리에게 길들여진 인간 쪽에서의 일방적인 생각이 아닐까. 한편, 그럼에도 하나님은 모세를 나무라시거나, 믿음 없다고 책망하시거나, 자격이 없다시며 다른 대안을 찾고 계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지금 모세를 조용히 설득해 가고 계시는 중이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모세는 진실하디 진실한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는 지금 하나님으로부터 하드웨어를 새롭게 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변해야 이스라엘이 변할 것이고, 그에게 소망이 있어야 이스라엘에게 소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지금 한 사람에게 승부를 걸고 계시는지도 모른다. 이제 모세는 80년 동안이나 질질 끌고 다녔던 자신의 옛사람의 잔재들을 하나님의 산 호렙에 다 내려놓아야 한다. 그는 변하여 새사람이 되어 산을 내려가야 하고, 이스라엘 앞에, 아니 바로 앞에 서야 한다.

모세가 80년이 되도록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하나님은 지금 한 순간에 다 해결해 버리실 모양이다. 그러니 모세는 얼마나 아팠을까. 영적으로 말이다. 자신의 몸덩어리 하나 지탱하기에도 벅찬 생애였다(11). 영적으로는 공허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는 세월이었다(13). 얼마나 처절한 사투(死鬪)였으면 지금 그걸 다 벗어버리도록 해 주겠다는데도 좀처럼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모세를 보면서 나를 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지쳤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영적 사치요, 건방스러움일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지금은 몸이 부서져라 일 할 때이지, 알량하게 베짱이처럼 내 안에 있는 것을 빼먹으면서 즐길 때는 더더욱 아니다. 어찌 모세와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겠느냐만 그의 방황을 당신의 온 몸으로 받아주시는 하나님에게서 우리의 희미한 희망의 구름 조각을 본다.

침몰해 가는 모세를 호렙에서 다시 깨우시는 하나님,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양치기로 세월 보내다가 끝났을 인생 모세, 그런데 하나님이 모세를 찾아오셔서 그를 다시 더 의미 있는 사람으로 재창조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꾸만 우리에게도 이 동일한 부스러기가 누룩처럼 부풀려지기를 기대하시는 주님을 묵상하게 하신다. 호렙은 이렇듯 하나님의 임재로 말미암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모세는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설까. 다시 모세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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