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800年의 희망찾기(창 5.1-32)

20200107(묵상)

  

 

 

아담, 800의 희망찾기

Gen. 5.1-32

  

   본문 관찰

 

   족보: 아담 - 노아

   아담(1-5) (6-8) 에노스(9-11)

      → 게난(12-14) 마할랄렐(15-17) 야렛(18-20)

         → 에녹(21-24) 므두셀라(25-27) 라멕(28-31)

           → 노아(32) //야벳

   

 

아담에서 노아까지

 

홍수심판 이전의 인류사의 발자취(족보)가 소개된다.

첫 사람 아담부터 노아가 아들들을 낳기까지 약 1,600년의 역사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3,32). 연대를 계산해 보면, 라멕이 아담 872세에 태어나 그의 나이 58세 때 아담이 930세의 나이에 죽고, 그의 나이 182세에 노아를 낳는다. 그런데 이때는 아담이 이미 124년 전인 그의 나이 930세에 죽은 다음이다. 노아는 선조(先祖) 아담의 꿈, 그것이 에녹을 통해서(에녹은 노아의 아버지 라멕이 120세 때 승천하는데, 이때가 아담 사후 62년이자 노아 출생 62년 전이다), 그리고 여자의 후손으로 이어지는 조상들의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성취되어 오고 있는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갈수록 타락의 불길에 휩싸여만 가는 그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쳤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노아로 하여금 아버지와 할아버지들과 훨씬 다른 나이에 자녀를 낳게 되는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구속사의 계보가 단절될 수 없다는 어떤 절박감이 노아를 깨웠다고나 할까. 노아의 나이 500세가 된 후에 아들들을 낳았으니까 이렇듯 장구한 1,600년에 가까운 역사가 5장의 연대기인 셈이다.

한편 5장의 족보를 모세가 어떻게 알았을까가 좀 궁금하다. 이것은 아마도 문자가 없을 때부터 구전(口傳)에 의해 전승되어 오다가 문자가 생기면서 후대에 전해져 온 것으로 추측된다. 홍수심판 이전에 사람들의 수명은 777-969세를 넘나들면서 장수했으며, 보통 5-8()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시대였다. 아담과 노아가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이 시대는 위(선대)와 아래(후대) 여러 세대가 함께 현존(공존, 상생)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인류의 산 증인인 아담이 자신의 8대손인 라멕 때까지 생존함으로써 에덴과 실낙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 가인과 아벨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렇게 해서 여자의 후손(3.15, 1.1- , 3.23-38)에 대한 구속사(救贖史)의 파노라마가 생생하게 전수될 수 있었으리라. 물론 온 땅에 퍼진 인류사의 출발과, 아담의 족보에 속하지 않는 자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가인의 후예들(4.16-24)까지의 역사가 후대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이는 노아의 홍수심판이 불가피했음을 이해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기초들이다.

   

 

낳았으며 죽었더라.

 

   “믿음으로 에녹은 죽음을 보지 않고 옮겨졌으니

    하나님이 그를 옮기심으로 다시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옮겨지기 전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 하는 증거를 받았느니라.”(11.5)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이지 않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

    경외함으로 방주를 준비하여 그 집을 구원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세상을 정죄하고

    믿음을 따르는 의의 상속자가 되었느니라.”(11.7)

 

아담은 에녹의 성장과 그가 어떻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는가를 지켜보았고, (에노스)은 에녹의 승천과 노아가 어떻게 의로운 자로 성장해 가는가를 역시 함께 바라보면서 살았다. 특별히 노아는 아담의 손자 에노스(에노스의 아버지 셋은 노아가 태어나기 4년 전에 죽는다)부터 자신의 아버지 라멕까지 조상들의 생사를 포함한 말년(末年)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으며, 비록 아담의 죽음과 에녹의 승천(에녹은 노아가 태어나기 62년 전에 승천한다)을 경험하지는 못하지만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의 삶을, 세상의 죄를 역류하여 의롭게 하는 법을, 이렇듯 선조들이 전해주는 태초의 이야기들 속에서 알고 믿은 말씀을 자신의 삶으로 나타내 보이며 살았다.

어쩌면 에녹은 점점 혼탁해 가는 여자의 후손들의 영적 기류를 보면서 심판의 전조를 보는 것 같아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으리라. 그러면서 모든 셋의 후예들로 하여금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의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에노스 시대의 부흥(4.26)과 에녹행전의 발전적 계승을 열망했을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낳았던 에녹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가가 낳은 아들들 가운데 하나님이 인정하시며 주목하시는 당대의 의인이 없었다는 점이 좀 그렇다. 의인이 의인을 낳는 것이 아님을, 복음서의 통찰처럼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혈통이나 사람의 뜻이 아닌 하나님께로서 난다는 점을 세삼 되새겨 본다(1.12-13). 아담이 죽은 이후에, 이제 에녹마저 승천한 공백을 셋과 에노스와 그의 후손들이 끌고 가기에는 어쩌면 힘겨웠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노아를 당당하게 창세기의 무대에 등장시키셨다. 그는 아담시대(1-930, 1-5)의 모든 역사를 역사의 뒤안길에 묻고 셈과 함과 야벳과 함께 새로운 역사의 서장을 준비한다(32).

노아의 아들들이 태어날 때 노아의 아버지 라멕도 105년 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봐 이제 현존하는 믿음의 심볼(symbol)은 오직 노아 한사람뿐이다. 노아가 태어났을 때 아담(124년 전), 에녹도 죽고 또 승천한 뒤였다(62년 전). 이렇듯 여자의 후손이었음에도 가장 어두운 영적 공백기가 바로 노아가 서 있는 자리였다. 그는 에노스, 므두셀라, 그리고 아버지 라멕을 통해 조상 아담 이후의 모든 역사를 다 듣고 배웠다. 무엇이 여자의 후손마저도 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를 똑똑하게 목도하면서 그는 한 시대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한다:

 

   “여호와께서 땅을 저주하시므로

    수고롭게 일하는 우리를 이 아들이 안위하리라.”(29)

   

 

아담 생전의 후손들

 

아담이 셋을 낳은 후 800년을 지내며 자녀를 낳았으며, 그가 930세를 살고 죽었더라.”(4-5)는 기록을 따라 이어지는 그의 후손들의 출생과 죽음의 연대를 계산해 보면 재미난,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몇 가지 추론이 나온다(, 5장에 소개된 족보에 등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다른 후손이 없다는, 그러니까 축약한 족보가 아니다는 하나의 전제에 의해서다. 한편 족보가 생략되고 건너뛰었다는 증거는 없다. 이를 기초로 아담부터 노아까지의 연대는 대략 2,006년이다. 참조; 5.5,32, 9.28-29).

먼저 아담은 에녹의 손자인 라멕과 증손인 노아 사이에 죽는다. 아담은 에녹이 므두셀라를 낳고 무려 300년이나 하나님과 동행했던 거룩한 삶을 생생하게 목도하며 산 셈이다. 또한 아담은 노아가 태어나기 124년 전에 죽음으로써 홍수심판 이전에 반드시 죽으리라!”는 말씀 앞에 무릎을 꿇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가인의 후예 가운데는 아벨처럼 타살(他殺, 4.8,23)된 자들이 있었지만 셋의 후예들에서는 자연사(自然死)한 아담(5)과 죽음을 보지 않고 하나님 앞으로 올라간 에녹(21-24)에서처럼 상이한 구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노아는 고조(高祖) 할아버지인 에녹의 삶을 선명하게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에녹은 노아가 출생하기 62년 전에 죽음을 보지 않고 승천한다. 세상의 타락이 노아시대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기에(6.1-7) 이미 에녹처럼 사는 소수의 사람들과, 이 빛나는 아담과 셋의 후손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인의 후예들과 방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아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분명한 길을 결정하였을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무엇을 따라 사는 것이 에녹처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일까를 노아는 놓치지 않은 셈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을 귀 있는 자가 복되다.

   

 

부스러기 묵상

 

노아의 아버지 라멕을 좀 생각해 본다.

그는 182세에 노아를 낳고 595년을 더 살다가 777세에 죽는다(29-31). 그리고 노아는 500세가 된 후에 아들들을 낳았다(32). 그의 아버지가 죽은 지 105년이 지난 후이다. 아버지가 죽고도 노아는 100년 이상을 홀로 지낸 셈이다. 바로 그 어간에 에노스부터 아버지 라멕까지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그야말로 영적인 암흑기로 가는 길목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러한 혼돈은 홍수심판이 일어난 노아의 나이 600세가 되던 해까지 계속되었다(7:11).

기라성 같은 영적 거장들의 후손들이 노아시대의 어른들로 살고 있었다. 5장의 족보에는 말하자면 장자(長子)들만을 기록하고 있으나 아담부터 라멕이 노아를 낳았던 1,056년 이라는 세월동안 저들의 자녀들(2, 3, 1, 2녀 등등)에 의해서 번성하게 된 넓은 의미의 여자의 후손들은 그야말로 바다의 모래처럼 번성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노아의 여덟 식구 외에는 -노아가 500-600세 사이에 방주를 예비하고 심판과 구원의 메시지를 외칠 때- 아무도 이 [원시복음]을 청종치 않았다는 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지 않을 수 없다.

가인의 후예들이야 제 아무리 폼 나는 문화를 걸출하게 일궈냈을지라도 하나님이 없는 자들이었기에 심판의 대상으로 끝났음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4.8-24). 하지만 아담(1-5) (6-8) 에노스(9-11) 게난(12-14) 마할랄렐(15-17) 야렛(18-20) 에녹(21-24) 므두셀라(25-27) 라멕(28-31) 노아(32)로 이어지는 자손들 가운데 노아와 그의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특별히 노아가 세 아들을 낳고 하나님으로부터 홍수심판과 방주를 예비하라는 말씀을 받을 무렵에 5장에 소개된 족장들은 모두 죽은 다음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후에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가 심판으로 예고되는 것을 볼 때 족장들이 생존할 때든 아니면 저들은 다 죽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후손들이 살던 때든 중요한 것은 그 시대가 이미 심판을 자초하는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여자의 후손들로 대표되는 족장들에게서 태어난 후손들은 다 생존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심판을 피해 방주에 들어가는 은혜를 받지 못했다. 이름뿐인 명목상의 후손(성도, 그리스도인)이었던 것이다. 다 심는 대로 거둔 것이다(6.7).

아담, 특별히 에녹이라는 걸출한 믿음의 사람이 300년이나 되는 장구한 세월을 하나님과 동행하는 거룩한 삶을 살고 있었어도, 여자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세상(5)이나 가인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세상(4.10-24)이나 영적인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결국은 100년 후에(32, 7.6) 세상은 물로 심판을 받는다. 이것이 5장 이후의 창세기를 드려다 볼 수 있는 하나의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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