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나는 나

나는 나

   

 

나이고 싶은데 나이지 못한 나

파도에 밀려다니는 힘없는 수초水草는 되지 않을 거다

할 말이 있는데 말 못하는 병신은 되지 않을 거다

왜 내가 지금을 사는가를 생각하며 행동할거다

항시 하나님으로 살아갈 거다

 

믿음이 뭘까?

하나님을 아는 거다

아버지를 아는 거다

그분의 사랑이다

그분이 울면 나도 울 거고

그분이 기뻐하면 나도 기뻐할 거고

그분이 분노하면 나도 그럴 거다

내일 때문에 오늘을 타협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힘없는 신자는 되지 않을 거다

그러나

원수를 사랑하며

왼쪽 뺨도 맞을 수 있는 사랑의 일꾼이 될 거다

   

 

1985. 4.10.

 

 

  • 내 시(詩) 노트는 1985년에 시작되고 있는데 이것이 첫 시다.
    1983. 2. - 전남고등학교 졸
    1983.3 - 1988.2. - 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1985.7 - 1999 - 동그라미선교회 지도목사
    1986.12 - 1988.2 - 충은교회 교육전도사
    1988.2 - 1990.2 - 총신대학교 부설 기독교교육연구소 조교(간사)

    당시 나는 휴학 중이었다(1984.9 - 1985.8). 봄으로 밀려들어오기 전, 그해 겨울은 사랑하는 모친이 먼저 천국으로 가셨다. 모든 게 흔들리던 시절... 바닦이면 이제 더는 내려갈 게 없다는 것 아닐까.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른다.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목숨을 걸고,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생명을 건다. 그러니 사랑이다, 믿는다는 것은 같은 말이다. 나와 하나님 아버지의 사이가 이처럼 복원되어가는 것이었을까. 하긴 복원이라는 건 좀 오버인듯...
    아마 서서히 2학기에 다시 총신大 복학을 염두에 두었을 때다. 물론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그리해야 하고, 그리 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그랬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리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나를 부르신 이, 나를 인도하시는 이, 나를 이끄시는 이가 그리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다. 그때부터는 기도의 후렴구에다 이걸 올려놓았다: "임인례 권사님의 하나님 아버지! 사랑하는 어머니의 하나님!" 그리워서 울었고, 외로워서 울었고,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게 올라와서 그랬다. 그러면서 난 이처럼 기도드렸다: "하나님, 언젠가 어머니처럼 저를 부르시면, 하나님과 어머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 서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마도 서서히 하나님 쪽으로 마음과 생각과 삶의 방향이 옮겨지고 있었던 것 같다. 감사하다. 나도 주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어떤 기백이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세웠고, 마음 잡아 일어나게 했던 것 같다. 난 조금씩 하나님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1985년 봄과 여름을 지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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