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1)
희망과 꿈이 여기 모였어요
가난한 뜰에 꽃씨를 뿌리듯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동그라미였어라
동그란 두 눈 사이에
보일 듯이 스며 있는
외로움의 날개를 동그란 희망으로
부둥켜 안고 싶어요
삶을 연습하는 눈동자
비로소 너를 나의 가슴에 심을 수 있는
작은 동그라미였으면, 하여
우리의 시작은
동그랄 거여요
내일이 있다는 노래를 부를 때 마다
가슴 뭉클 흘러 오르내리던
초라하디 초라한 사랑을
가난한 뜰에 옮겨 심고 싶어요
동그라미 꽃씨
눈동자 나무
익어 가는 사랑의 열매를
다시금 가난한 뜰에 꽃씨를 뿌리듯이
함께 손을 잡는다며, 또 다시
여기에 모여 있어요
함께 갈래요
1988.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