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요 17.14-19)

20220409c(묵상)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Jn. 17.14-19

  

    본문 관찰

 

    내가 아버지의 말씀을 저희에게 주었사오매(14a)

    나도 저희를 세상에 보내었고(18b)

       세상이 저희를 미워하였사오니

          저희도 세상에 속하지 아니함을 인함이니이다

       오직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원함이니이다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제자들을 위한 기도(2)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말씀을 제자들에게 주셨다(8a,14a).

그리고 저희를 세상 속으로 보냈다고 기도하신다(18b).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복음의 일꾼으로 파송하시기 위해 주께서 제자들을 향해 간구하시는 중보기도의 내용이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왜, 무엇을 위해 보내는가이다. 주님은 사명자로 서기 위해 제자들에게 먼저 있어야 할 본질적인 것을 기도하신다.

 

 

나도 저희를 세상에 보내었고(18b)

 

    “세상이 그들을 미워하였사오니”(14a)

    “그들도 세상에 속하지 아니함으로 인함이니이다.”(14b,16)

 

세상은 말씀을 받은 제자들을 미워한다. 이것은 충분히 예측한 시나리오다. 세상은 지금껏 줄기차게 예수님에 대해서 배타적이었다(12.37-43). 주님은 자신의 죽으심까지도 이를 세상은 기뻐하리라.”(16.20a)는 사실을 아셨다. 요한은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음을 -주님을 믿고 따른 자와 주님을 거부하고 도전하는 자- 계속해서 대비해서 보여주었다. 주님은 이걸 다 아시고 복음으로 세상을 사랑하셨으나 세상은 불신(不信)으로 주님을 거부하고, 미워하고, 십자가에 못박으라 요구하였다. 이게 세상이다. 세상은 한 번도 진리에 대해서, 복음에 대해서, 거룩에 대해서 우호적이나 수용적이지 않았다.

세상이 이처럼 예수의 사람들을 미워하는 이유는 자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다(14b,16). 주님은 우리에게 세상에 속하지 않고 세상과 다르게 살아갈 것을, 세상과는 질적으로 구분되어진 존재, 세상에 사나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닌 하나님께 속한 자(요일4.4-6)로 부르심을 입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신다. 나는 세상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소속된 주의 백성이요 자녀다. 이렇듯 세상은 복음을 전해야 하는 면에서는 사랑해야 할 대상이지만, 그러나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12.31)는 선언이 재림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성취되기까지 사탄의 지배 하에 있는 적국(敵國)이다.

 

 

내가 비옵는 것은(15,17,19)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15)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17a)

 

바로 그 땅으로 제자들을 보내신다. 주님은 지금 이것을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 어차피 거룩하지 않은 땅이니까 거룩한 사람들만 따로 사는 것으로 데려가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일하지 않으신다. 당신이 세상 속으로 오셨듯이, 제자들을 세상에 두실 것이며, 이들을 통해 세상 안에 교회를 세우실 것이다. 세상은 하나님의 일하심의 무대이며, 제자들은 세상을 본받지 않고(12.2a) 이 무대에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해야 할 배역을 맡은 일꾼들이다.

이를 위해 주님은 두 가지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구한다. 먼저 제자들이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되기를 구한다(15). 이는 앞서 하셨던 것인데(11b,12a) 다시 반복하신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자 성도라 할지라도 죄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가장 잘 아시기 때문이다. 사실 이처럼 기도하심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악에 빠지는 일에 여지없이 곤두박질한다(16.32a). 약속하신 성령님이(14.16-21, 15.26-27, 16.4-15) 오순절에 임하시기까지 제자들은 죄악에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해 주셔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기도를 통해서 인정하고, 고백하며, 바라는 것 아닌가.

다른 하나는, 진리로 거룩하게 하시기를 기도한다(17,19). 주님의 목표는 거룩이다. 참 인상적인 것은 제자들이 해야 할 일들의 여러 목록들을 나열하지 않으셨다는 점이다. 자신이 세상에 속하지 않으셨기에(16a), 자신도 세상에 보내심을 받으셨기에(18a), 당신 자신이 거룩하시기에(19a) 제자들을, 그리고 나를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자로 세상에 보내신다 말씀하시며 기도하신다. 나는 누구이며, 또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부스러기 묵상

 

세상에 속하지 않았으나 세상 속에서 산다.

이게 성도의 정체다. 주님은 말씀과 세상을 분리시키시지 않으셨다. 믿는 사람들만을 따로 골라내어 그들만의 공동체를 세우시지 않으셨다는 뜻이다. 말씀을 받은 제자들을 세상 속으로 보내셨다. 이처럼 성도는 세상과 분리된 자가 아니라 세상과 구별된 자다. 세상과 구별됨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 교회다. 예수를 믿는다 함은 세상에서 살지 않고 천국으로 데려가시기 위함이 아니다(15a). 오히려 악에 물들지 않고(15a), 진리 안에서 거룩하게 사는 것이다(17,19). 세상 속에서의 거룩한 자로 부르심을 입은 자가 바로 성도의 정체이다. 이것이 세상을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신, 그리하여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놀라운 계획을 가지신 하나님의 뜻이다(3.16).

죄와 짝하여 세상에 완전히 동화되어 버린 것도 문제지만, 죄를 멀리한답시고 세상과 분리되어 말씀과 교회라는 높은 성 안에 자신을 가두어 두고서 세상과 단절(분리)된 것을 신앙이라, 거룩함이라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세상이 악하기에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기도하신 (11b,12a,15) 주님을, 동시에 제자들을 바로 그 세상에 보내신(18) 주님을 생각한다. 세상은 그리스도인의 무대요,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소명, 달란트, 미션)을 성취해야 할 땅(대상)이다. 신앙은 생각과 마음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사탄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12b). 그래서 기도가 필요하고, 거룩이 우선한다. 사명은 그 이후의 문제다(21.15- ). 내 속사람, 내 신분이 변화되지 않으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의 심령의 밭, 영혼의 거룩을 먼저 세상으로 악으로부터 구분시키는 것, 이것이 성도의 능력이며, 세상에 보냄 받은 자의 모습임을 일깨우신다.

나의 세상에 대한 입장을 되돌아본다. 세상이 나를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미워하지만 그러나 세상 속으로 파송하시면서 이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기대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주님이 드리는 기도에 아멘으로 응답하면서 또한 나를 그 기도대로 헌신하고자 한다. 이 주님의 기도가 나를 통해서 성취되기를 기대하신다는 사실은 내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나의 무엇을 보시고 이처럼 기대하시는지 부끄럽고, 황송하지만 나를 위해 이처럼 기도해 주셨다면 이 기도대로 살도록 하시는 분도 주님이시기에 기도 이후를 소망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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